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전해 듣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특히 밀양 주민들의 반대로 전력난이 초래된다는 한전의 억지스러운 주장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일부 언론 보도내용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밀양 송전탑이 세워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 여름 수도권 전력난이 심각해 질 것이라는 언론보도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밀양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보상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라는 보도나 외부세력 개입으로 인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못한 언론의 그릇된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본질은 더더욱 아니다.

전문가들은 밀양송전탑 문제는 우리 사회 에너지 문제의 심각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국가송전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서부터 지역 중심의 에너지 정책 마련, 국가에너지 정책 전환 등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즉,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수요량을 감축해서 원전 1기만큼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보겠다는 정책적 의지이다.

전력 자급률이 매우 낮은 반면 소비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현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추진되는 좋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2년에 전국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4.5% 증가한 반면, 서울시는 0.1% 수준으로 소비량 증가를 조절했다는 평가 결과와 함께 이 정책이 올해 서울시민과 공무원이 뽑은 '서울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 1위로 선정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서울시 전력자급률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자급률이 2.8%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민 참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수도권을 향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송전탑은 물론, 밀양송전탑 문제와 같은 가슴 아픈 일들이 사라지는 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를 비롯해 올해 여름까지 심각한 전력난을 경험했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이라는 것이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을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지금도 계속 드러나고 있는 한국의 원전비리는 우리에게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문제 심각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며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는 몸으로 배우는 중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에너지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 전기요금에 대한 관심 수준은 분명 아니다. 에너지문제 전반에 관한 시민의식이 제고되고 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은 이제 개인의 단위를 넘어 마을과 도시 규모로 확대되고 있고, 내용적으로는 에너지 절약은 물론이고 효율화, 전환기술의 향상, 에너지 생산자로의 참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지역에서도 이러한 의미에서 여러 도전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특히 지난 주 원주에서 진행된 강원햇빛발전협동조합 발기인대회는 주목할 만하다. 강원도 전역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시민들의 힘으로 햇빛발전소를 만들어 에너지 생산자가 되고, 나아가 에너지 문제의 주체가 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시민햇빛발전소가 강원지역에도 만들어지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논의하고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에너지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고, 기후변화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를 꼽으라면 역시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지속가능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