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원주교육문화관에서 공짜영화를 보고, 계단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랑 '가위바위보' 놀이도 하고, 논술공부 하는 관계로 주1회 이상 책도 빌려본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서 연간 이용자 수가 100만명이라는 원주교육문화관을 나 역시 많이 이용하고 사랑한다.

어느날, "엄마 저 현수막들은 뭐고, 공원해제는 뭐고, 또 특혜가 무슨 뜻이야?"
"……"

현재의 시설이 너무 낡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용량을 대폭 늘려야만 기술검토가 가능하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우는 융진가스충전소의 그럴듯한 변명. '어차피 기술검토 받은 거 지금의 용량으로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싶었다.

학교보건법에 의한 200미터 이내 '상대정화구역내에서의 금지행위'를 여지껏 눈감아주고, 이제와서 사업주 측의 유리한 해석으로 2번에 걸친 정화위원회 심의부결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통해 증축허가를 가능하게 해준 교육지원청이나, 기존의 허가사항과 무관하게 안전거리를 들먹이며 공원해제를 해준 원주시나, 주변의 대단위 공동주택을 의도적으로 뺀 사업체 제안서만 보고 기술검토를 해 준 가스안전공사나, 도대체 누굴 위한 행정인가? 원주시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시민들은 누구로부터 보호받고 어디 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에게 과연 무슨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

'세상은 말야 돈 있으면 다 된단다'
'법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것 다 가질 수 있고, 명분이든 허가사항도 다 꿰맞출 수 있단다.'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 슬퍼 보인다고 애꿎은 가을날씨만 탓해본다.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