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모 방송국의 발달장애인 의사를 소재로 한 메디컬드라마가 연일 화제가 되었었다. 이 드라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깨뜨리고, 장애인도 사회구성원의 한 축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라는 제작의도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 결과만큼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모습이 자폐는 질병이 아닌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두려움이 앞선다.

일상에서 쓰이는 치료라는 뜻과는 달리 언어치료, 심리치료, 물리치료 등 복지영역에서 말하는 치료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장애를 최소화하고,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을 둔다. 이 일환으로 현재 스포츠나 악기 등을 이용하는 치료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만큼 언론과 여론에 자주 등장한 발달장애지원법 제정에 대한 소식 또한 많이 접하였을 것이다. 그동안 전국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국회 앞 천막 농성을 거점으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의원 동의서 조직, 거리선전전, 국회 앞 1인 시위, 100만인 서명 운동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장애인단체들은 발달장애인지원법 1만인 선언단을 조직했으며 약 10만 명의 국민들이 법률제정에 대한 서명에 참여했다. 이런 활동의 성과로 125명의 국회의원이 법률제정을 적극 동의했고, 여야간 협의를 통해 발달 장애인법 제정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선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회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발달장애인지원법을 장애인 정책 중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이에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아직 발달장애인지원법은 갈 길이 멀다. 원주의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발달장애인지원법에 장애등급이나 소득기준과 관계없이 개인의 장애정도와 특성에 기반하는 맞춤형 개인별 지원체례를 구축, 가구소득이 아닌 개인소득을 기본으로 한 소득보장, 일자리 및 거주시설 지원, 인권보호 및 권리 옹호 등의 내용이 포함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법률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지원법은 껍데기뿐인 법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서비스만으로는 지역사회발달장애인의 권리 보호 및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어렵다. 원주 차원의 발달장애인 종합지원 대책과 계획을 수립하고,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권리옹호체계를 구축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원주의 아니 전국의 장애인 부모나 당사자인 장애인들은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과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정책 요구안의 현실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우리는 허울뿐인 법률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지원법이 더 이상 늦춰지지 않고 원안에 가깝게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계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아직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제2의 '원주 귀래 사랑의 집'이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