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의 기세가 하도 대단해 가을이 오지 않을 것 같더니, 언제 더웠냐는 듯이 가을바람이 상쾌함을 전해주는 청명한 시월, 원주에는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원주시에서 드디어 고교생들의 심야 하교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이다.

원주여성민우회에서 지역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를 담은 일만 명의 서명용지를 들고 '고교생 하교 심야버스 확대운영 요구' 기자회견과 시장과의 간담회를 진행한지 40여일 만에 이루어진 쾌거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진심이 '불가'하다던 원주시와 운수업체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그로써 10월 7일부터 북원여고, 상지여고, 삼육고, 원주여고, 원주고, 육민관고, 진광고, 치악고 등 8개 고교를 대상으로 5대의 하교버스가 운행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 일을 추진했던 민우회로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안전한 통학권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신 시장님과 빠르게 일을 추진해주신 담당공무원, 운수업체 관계자에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원주의 고등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한 하교에 어려움이 많았었다. 지역에 따라 버스가 일찍 끊기는 곳이 많아 매일 밤 부모들이 직접 픽업을 하거나, 불법적인 지입차를 이용해왔다.

또 일부 학생들은 하교를 위해 원치 않는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야간자율학습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우리가 원했던 전면실시는 아니지만 이번 하교버스 운행으로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아서 학부모들의 통학부담과 경제적 부담이 다소나마 해소되었기를 바란다.

사실 원주시민들의 대중교통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에서도 오래전부터 노선 재배치와 배차시간 조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운수업체에서는 "적자가 심하다", "운전기사 확보가 어렵다"며 지원금을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시민들의 민원은 점점 늘어나고….

그렇다고 시민들의 의견이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면 개혁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지라 시에서 어려움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번 하교통학버스 서명운동을 하면서 느낀 시민들의 불만은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기엔 한계에 다다랐다는 느낌이었다.

이번 조치로 학생들의 통학권보장은 다소나마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많은 시민들은 골목골목 돌아가는 버스노선과 지나치게 넓은 배차간격, 11시면 끊겨버리는 버스로 인해 밤길 위험과 택시비라는 경제적 부담에 처해 있다.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은 하드웨어를 비까번쩍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불편하지 않고 쾌적함을 느끼도록 소프트웨어를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밤 12시까지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을 할 수 있게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하고 있고, 서울시는 심야버스를 새벽5시까지 확대 운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 밤길안전도우미제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도 있다. 이는 모두 시민들의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원주도 이제 인구 32만을 넘어서는 도시이며,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통해 많은 수도권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또한 아동과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표방하며 여성친화도시를 준비하는 도시이다. 더이상은 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의 불합리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교평준화 도입이 고교통학버스 운행으로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였듯이 이제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시와 운수업체가 원주시의 행복한 대중교통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학생들만을 위한 통학버스가 운행될 필요가 없는 원주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