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를 상징하는 나무인 은행나무가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은행나무 열매인 은행 껍질에서 나는 악취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원주시의 시목(市木)이다보니 원주에는 전체 가로수의 절반 가량인 약 1만본의 가로수가 은행나무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더위와 추위에 강할 뿐만 아니라 산소 배출량이 많으면서 이산화황 흡수력이 뛰어나 가로수로는 제격이다. 하지만 이맘 때 쯤이면 항상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땅에 떨어진 열매가 신발에 밟혀서 으깨지면 심한 악취가 나고 거리가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구린내가 난다며 다들 기피한다. 특히 도심에 식재된 경우 주변 상가들에서 제기되는 민원이 장난이 아니다.

요즘에는 은행나무 열매를 처리해 달라는 민원이 하루에도 여러 건 원주시청에 접수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도로변 은행나무 열매는 중금속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워가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이래저래 원주시 시목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개운동에서는 약 10년 전 자생단체 회원들이 '은행을 털어' 좋은 일을 한 기억이 있다. 회원들이 모여 은행나무 밑에 트럭을 대고는 신나게 나무를 흔들던 풍경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수확한 은행은 개운동민들에게 판매하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했다. 수확하는 과정에서 열매 껍질의 독성으로 인해 '은행 옴'이 올라 고생한 회원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중금속 오염이 걱정돼 줍는 일이 꺼려진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게 원주시에서 구역 별로 은행 열매에 대한 중금속 검사를 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은 구간은 주워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중금속 걱정이 없다면 주워갈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한 10년 전 개운동처럼 자생단체 회원들이 수확해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여진다면 더말할 나위가 없겠다. 만일 중금속에 오염돼 식용이 불가하다고 분석된다면 날을 정해 일제히 은행을 턴 뒤 폐기처분 한다면 가을 내내 은행 열매로 인한 민원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원주시 시목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도 은행나무에 대한 관리방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