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학생은 봉사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나와 친구들은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늘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주변 쓰레기 줍기나 아니면 청소, 그것도 아니면 우편집중국에 가서 우편 분류작업을 도와주는 것이 고작이다. 조금 의미 있는 봉사에 도전해보기 위해 환자들을 돌보는 곳에 전화를 해보지만 거절당하기 일쑤다.

"중학생은 안 받아요. 우리 기관은 고등학생부터 받아요." 이것이 대한민국 중학생 봉사활동의 실태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 때 참 의미 있으면서도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준 '봉사'를 찾았다. 나는 운이 좋은 중학생 중 한명이다.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면 참 부러워할 것이다.

아빠 친구 분이 원주청소년수련관에 근무하시는데 그 분으로부터 '두통약' 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듣게 되었다. 두통약은 '두드림을 통한 소통의 약속'의 약자였다. 중학생에게 무엇인가 두드린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풀고 간혹 보았던 난타를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에 귀가 솔깃했다. 그리고 내심 기대했다.

더구나 이 두통약이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참석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안심도 되었다.

3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첫 주는 금요일에 프로그램이 있어 아빠와 엄마는 휴가까지 내는 극성을 보이셨다. 첫날, 내 또래부터 초등학생 동생과 고등학생 형과 누나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참석했다. 많은 도우미 선생님들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난타만 배우는 줄 알았는데 부모님과 함께 레크레이션도 하고 MBTI라는 적성검사도 했다. 그래도 제일 재미있는 것은 역시 난타였다. 엄마 아빠와 함께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도 좋았고 두드릴 때의 짜릿함도 좋았고 북소리도 좋았다. 신기한 것은 난타도 악보가 있었다. 박문호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연주를 했는데 그저 보기만 하던 난타를 하니 정말 신이 나고 스트레스도 풀렸다.

마지막 날, 원주시청에서 연주가 있었다. 원주를 알기위해 캠핑을 온 40가족 150여명 앞에서 그 사람들을 환영하는 연주를 한 것이다. 헉! 시장님까지 오셨다.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그동안 집에서도 열심히 연습한 탓에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무사히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봉사냐고."

나도 물론 이것이 대단한 봉사였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번 두통약을 통하여 봉사라는 것이 반드시 다른 사람을 위해 나 자신을 고통스럽게 희생하는 것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의 작은 재능을 나누어 주는 것, 나의 작은 기쁨과 행복을 나누어주는 것, 그래서 누군가 나를 통해 웃고 행복할 수 있는 것. 이것 또한 의미 있는 봉사라고 생각했다.

봉사는 나의 작은 나눔을 통한 누군가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