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아래 분당' 이 말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지역이 부유층과 유력인사들이 몰려 사는 서울 강남지역에 못지않다는 점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분당 중심가에 지난 9월4일 새벽1시 다른 곳에 있던 성남보호관찰소가 주민들 몰래 이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9월6일부터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이전 철회를 요구했고 법무부가 9월12일 마침내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서 1주일간의 성남보호관찰소 파동은 막을 내렸다.

이런 와중에 지난 9일 원주시의회 제164차 임시회에서 학성동 출신 모시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원주보호관찰소가 소리 소문 없이 학성동소재 구 검찰청사로 이전했다며 이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섬으로서 같은 시기 분당과 함께 원주보호관찰소가 잠시 언론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분당은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쉽게(?) 해결 됐지만 원주는 그렇지 않았다.

얼마 전 필자는 업무상 관찰소를 자주 방문하는 지인을 만난 일이 있는데 관찰소가 학성동으로 이전해서 편해졌다고 한다. 기독병원 앞에 있을 때는 차량주차가 어렵고 관찰소도 비좁아 불편했는데 이런 문제가 말끔히 해소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문에서 경사진 구내도로를 따라 50m정도 올라가 높은 곳에 관찰소 건물이 위치함으로 대로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좋다고 했다.

필자는 과거 직장이 구 검찰청사 바로 뒤쪽에 위치하여 주변 사정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이전 반대 이유가 상당부분 부풀려졌거나 사실과 상치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구 검찰청 주변 지형은 대부분 평지가 아니라 경사진 언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한다.

반대이유로 주택밀집지역 운운 하는데 그런 곳을 어떻게 주택밀집지역이라고 할 수 있으며 언덕바지에 무슨 주택밀집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만 하더라도 중앙초교가 100m이내에 있다고 했는데 실제 도로상 200m이상 떨어져 있고 지도상의 직선거리도 150m이상 떨어져 있다. 또 거론된 학성중학교는 직선거리 400m, 도로상 정문까지는 600m이상 떨어져 있어 영향권 밖에 있다. 특히 주변지역이 과거 산지(山地)였던 관계로 경사와 굴곡이 심해 바로 이웃지역과도 서로 왕래가 불편한 곳이다.

지난 16일에는 보호관찰소 정문에서 반대집회가 있었다. 이날 집회는 언론이 미리 예고하고 대부분 언론사가 현장취재를 하는 등 언론의 협조(?)가 적지 않았지만 TV화면상으로 볼 때 참여인원은 많아야 40~50명 정도였다.

그러나 언론들은 100여명이 모였다고 했고 일부 언론은 심지어 200여명이 모였다면서 뻥튀기를 했다. 무슨 큰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처럼 말이다.

원주시는 재빠르게 구 법원·검찰청사 이전에 따른 학성동지역 공동화 해소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해 용역결과 발표회까지 열었으나 보호관찰소 이전으로 용역이 물거품이 됐다고 한다. 당초 용역비 예산이 2천만 원이었다고 하는데 하나마나한 용역으로 예산 낭비하면서 누구 좋은 일 시켰는지? 용역비에 대해서는 시비 거는 사람도 없으니 연구 용역비는 눈먼 돈이란 말이 실감난다.

시의원은 5분 발언에서 "학성동에 대표적 기피시설인 춘천보호관찰소 원주지소가…"라고 말했다. 졸지에 관찰소가 '대표적 기피시설'이 돼 버렸는데 정말 그런가. 무슨 일이든지 명분이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일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반대집회에 그 정도 인원만이 참여한 것은 아닐까.

분당의 경우 수많은 부유층과 유력인사 등의 영향력 때문에 신속히 이전철회를 결정했을 것이란 추측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학성동은 분당과 비교할 수 없으니 분당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내심 가진 것 없는 약자의 비애감도 느끼지만 처음부터 '대표적 기피시설' 운운하면서 바람을 잡고 또 언론들도 맞장구를 치면서 호들갑을 떠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없이 살아도 자존심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