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전까지 대한민국의 사교육 일번지라는 강남에서 언어영역과 논술을 강의하다가 강원도의 깊고 맑은 산자락에 깃들어 살기 시작한지 8년째다. 그 사이에 아주 잠시 원주여고에서 논술을 강의하기도 하고, 부론고등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청소년 공부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이 있었는지 요즈음은 문막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언어영역과 논술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문막의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문막의 교육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올해부터 원주가 고교 평준화 되면서 대두된 문막의 교육문제 최대 관심사는 문막고등학교 단설 설립이 되었다. 문막 지역의 교육문제에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문막고등학교 단설 설립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 갈등이 수습되어 가고 있다는 소문이지만 아직은 완전히 극복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문막고등학교 설립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을 가능하면 빨리 합의로 결론 내리고 문막의 교육발전을 위한 모임들로 확대된 조직을 만들어 실천적 방안들을 모색해 학교와 연대해 실천해 줬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

우선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을 모시고 학생들에 대해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의 전반적 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문막 시내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 노래방에 출입하는 아이들, PC방에 출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떤지 파악해 보면 어떨까? 혹은 문막지역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아이들은 어떤 모습인지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학생들의 모습을 파악해서 이해해야 하는 부분들이 참으로 많다.

둘째, 지역공동체가 청소년들의 건강과 관련해 몇 가지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흡연과 음주에 관련한 문제다. 담배와 술을 미성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법으로도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막 지역에서 미성년인 우리 청소년들이 술과 담배를 구입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건강을 걱정해서 술과 담배를 구입할 수 없도록 관련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실천적 의지를 지역 공동체가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지역공동체에는 여러 동호인 모임이 있다. 싸이클 동호인, 산악자전거, 산악회, 배드민턴, 조기 축구회, 골프 등등 다양한 동호인 모임들이 주말을 활용해 우리 청소년들과 함께 해 준다면 청소년들이 지덕체를 갖추는 일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스포츠(취미)를 공유하면서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기성세대와 미래세대를 묶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넷째, 문막 지역과 인근 부론 지역에 기반을 둔 문화예술 단체들이 있다. 연극 공연을 위한 극단, 우리의 풍류문화 공연을 위한 광대패, 미술, 음악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화가와 음악가, 도자기를 굽고 있는 작가들 또한 시인과 소설가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문화예술인들이 있다. 이분들을 맨티와 맨토로서 학생과 사부님으로 연결시켜 문화예술을 도제식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다섯째, 대학 입시 및 취업 문제와 관련하여 산학 협동의 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문막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주의 특정대학과 특정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신입사원으로 우선 선발하는 제도가 있다면 기업이 요구하는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다.

여섯째, 교육의 문제는 학교 건물을 어디다 어떻게 짓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잘 갖추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어떤 교육적 실천 방안들을 마련하여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구체적인 소프트웨어를 많이 개발하여 사랑스러운 문막의 청소년들에게 제공되길 기대한다. 어른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있다면, 문막의 교육 발전뿐만 아니라 입학사정관제 혹은 수시입학 제도가 많은 오늘의 대학입시 제도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진로를 더욱 확실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귀농 이후 8년 만에 공교육의 공간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눈물 나는 노력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무한한 자녀 사랑에 지역 공동체가 큰 힘을 보태준다면 그야말로 문막은 바람직한 참교육을 선도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