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중앙시장 2층은 낡은 건물과 어두운 복도, 위험하게 방치된 계단들이 길을 잃기 쉽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공간이다.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처럼 그로테스크하게 방치돼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작년 겨울 우연히 예술가들의 모임에서 이곳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이곳을 작가들의 상상력과 새로운 시선으로 꾸며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인건 확실했지만 벽화를 그리고 설치작품을 할 수 있는 미술작가들에 비해 소리를 만들고 가공하는 일을 하는 나로써는 딱히 참여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며칠 후 10년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공연문화와 공연장 시설을 둘러봤던 기억이 스쳤다. 헬싱키 외곽의 버려진 창고에서 열리는 벼룩시장과 공연이었다.

그 곳에는 다양한 중고 물품과 다국적 기념품들, 어설픈 마임공연, 특이한 파마만 전문으로 하는 젊은 헤어디자이너 그리고 창고 끝에서 무대를 세우며 공연을 준비하는 동네 헤비메탈 밴드가 있었다. 공간의 형태와 역사를 이용한 장르의 공연을 만들고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7월에야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2월부터 3월까지 중앙시장 2층 공간을 탐방하며 기획했고, 5월부터는 벽화작업과 기본 전시작업들을 시작했다. 7월 박미란 작가의 창작스튜디오 개인전을 시작으로 3개월의 레지던스 사업이 시작됐다.

'길거리 오아시스'가 진행했던 '100원만 주세요' 콘서트는 중앙시장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 화장실의 세면기를 수리하자는 내용이었는데, 현장에서 모금한 16만원을 상인회에 전달하고 필요성을 홍보하는 바람에 원주시에서 화장실 수리를 해준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오는 27일은 중앙시장 2층 낡은 중앙복도에서 대규모의 합창공연과 현대음악공연 그리고 솔로드럼 아티스트 양태석 씨의 공연이 현재열 작가와 윤보현 작가의 아름다운 등공예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무대에서 우아하게 선보인다. 벌써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다. 하지만 많이 부담스럽고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문광부의 문전성시 프로그램이나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처럼 대규모 자본으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된 사업도 아니고 단지 지역의 예술가들이 유휴공간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것 뿐인데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부풀려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정된 프로젝트 기간 프로그램이 잘 마무리 되길 바라며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