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사무실로 민원이 접수됩니다. 환경단체이기에 환경문제에 대한 민원이 주류를 이룹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는 법적인 단체도 아니고 수사권이나 행정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은 단체도 아니지만 연일 쏟아지는 민원에 쫓아다니기도 버거운 실정입니다.

"가축 사육장에서 분뇨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던지 "길가의 가로수가 이유 모르게 잘렸다", "인적이 드문 산에 소나무가 대단위로 잘렸다"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환경민원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비중이 매우 큰 환경문제에 대해서 환경단체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막화훼단지의 RPF열병합발전소가 그랬고 정선 고한지역의 만항재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이 경우입니다.

단체가 환경문제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민원인을 대신해서 행정기관에 문의하고 내용을 파악하여 알려주기도 하고 직접 문의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단체로 민원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거의 모두가 "공무원을 믿을 수가 없다"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마 자신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주어야 하는데 반대편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공무원의 미워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때는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공무원이 가지는 중립성과 행정이 가지는 보편성의 원칙에서 본다면 당연하고 합당한 처신입니다. 공무원 스스로 공무원의 중립성을 매우 주관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법의 해석과 적용과정에 허용된 범위가 꽤 크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과거에 비해 환경문제가 우리사회의 핵심 아젠다가 된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환경문제가 종합되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기후변화의 문제이고 행정기관의 각종 위원회에 환경단체의 참가가 거의 의무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20년 전에 비해 환경문제의 실상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상한가요?

기초적인 환경문제인 쓰레기문제나 대기오염, 하천오염은 여전히 주민민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환경문제보다는 먹고살 수 있는 경제적 토대에 기여된다는 말 한마디에 환경문제는 뒷전이 되는 현실은 20년 전과 거의 동일합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물이 고여도 썩지 않는다는 기괴한 논리가 통용되고, 창조경제 유행에 맞추어 대관령 삼양목장 부지에 대단위 화훼단지를 만들겠다는 발상속에 그동안 대관령을 파괴해왔던 삼양목장에 대한 면죄부 발급과 화훼단지에 공급할 막대한 에너지로 인한 대기오염, 용수로 공급할 지하수 개발로 인해 근처 농업과 주민의 생명수를 끊어놓을 수 있음을 애써 잊으려는 우리사회의 환경적 후진성에 답답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헌신했던 많은 환경운동가들과 그들의 활동에 지지하며 환경단체를 지탱해왔던 회원들, 또한 암묵적 지지로 울타리가 되어왔던 시민들이 있어 우리사회의 환경적 후진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랜 시간 활동해왔던 그들로 인해 우리사회의 대안이 경제우선의 사회가 아니라 환경적인 가치가 우선이 되는 환경도시의 비전을 이제는 공공연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것과 앞으로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지역 환경운동이 전진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원주환경운동연합이 20주년이 되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뽐낸다고 보지말고 하나의 가치를 위해 20년 동안 묵묵히 존재해왔던 그들의 회원과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져 개발과 환경보전이 같은 가치로 공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