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옮기면 저 못 다녀요, 아니 안 다닙니다" 이는 지난 7월 3일 강릉시내 중심가에서 강릉원주대 원주캠퍼스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벌인 소속 학과의 강릉 이전반대 시위현장에서 학생들이 손에 든 피켓 구호 가운데 하나이다.

이날 원주 학생들이 강릉까지 몰려가 반대시위를 벌였지만 7월 24일 교육부는 결국 대학 측이 제출한 원주의 패션디자인학과(32명)와 음악학과(50명)를 강릉으로 이전하고, 강릉의 산업정보경영공학과(40명)와 유아교육학과(20명)를 원주로 이전하는 학사구조개편안을 승인 확정했다.

그런데 개편안이 확정된 이후에도 강릉에선 시민대책위 등을 구성해 공과대학 원주이전 반대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공대이전은 2012년 11월 총장선거 때 출마자 전원이 다함께 표방한 공약이고, 그보다 4년 전 총장선거전에서도 출마자 전원이 역시 약속했던 공약이다. 따라서 공대 원주이전은 대학과 지역에서 모두 공개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다.

때문에 4년 전에는 컴퓨터공학과와 정밀기계공학과가 원주로 이전했고, 나머지 학과도 추가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강릉의 반대로 이번에 산업정보경영공학과만 이전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는 또 공대이전을 전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원창묵 원주시장이 지난 7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원주캠퍼스를 춘천의 강원대와 통합하는 구조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권한 밖의 일이지만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33만 원주시민의 정서와도 상당부분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두 대학 통합과정에서 보여준 강릉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사실 원주시민들은 원주대학(2년제 전문대)과 강릉대학교(4년제 학부)가 통합 출범할 때부터 교명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다. 4년제와 2년제의 불균형한 통합이지만 '강릉원주'라는 이름은 원주시민의 입장에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를 미리 예상해 처음부터 통합대 새 교명에는 원칙적으로 지역이름을 배제하기로 하고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도권을 가진 강릉대측이 원주로서는 모욕적인 '강릉원주대'라는 괴상한 이름을 작명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강릉에 끌려 다니기만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원주 특유의 무관심한 정서에도 원인이 있지만 어쨌든 원주가 존재하고 원주시민이 존재하는 한 수용할 수 없는 이름이다.

강릉원주대 교수 등 구성원들은 대부분 강릉보다는 원주캠퍼스를 선호하고 있다. 그래서 원주로 이전했거나 이전할 학과 구성원들은 반발이 없다. 하지만 그 반대는 다르다. 학과가 강릉으로 이전할 경우 학교를 안 다니겠다면서 강도 높게 이전을 반대했던 패션디자인학과 구성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대운동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원 시장이 주장하는 강원대와의 통합은 대학차원을 뛰어넘어 지역차원의 문제로 사실상 강릉과의 인연을 끊겠다는 것이다. 강릉으로서는 아마도 충격적이고 위기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원 시장이 (구)원주대 동문회 등과 함께 강원대와의 통합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강릉의 반응은 아직까지 언론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강릉원주대 파동'은 대학내부 문제를 강릉지역사회가 지역차원의 문제로 부각시키면서 불거진 것이다. 공대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선출된 총장의 의사결정을 압박하고 반대하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겐 원주캠퍼스가 없고 원주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07~2008년 통합대 새 교명 선정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다. 강릉출신 국회의원은 강릉 발전을 위해 지역의 배타성을 불식해야 한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 배타성에는 흔히 말하는 텃세도 포함된다. 이번 문제는 남의 도시이름에 자신의 도시 이름을 앞세워 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 뻔뻔한 배타성과의 싸움이다. 주의 깊고 냉철하게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