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오는 9월 1일 열리는 제17회 원주시민의 날 행사 때 격식과 절차를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의전을 생략하기로 했다. 이날 30분간 진행되는 기념식에서 단상에 올라가는 사람은 올해 원주시민대상 본상 수상자와 상을 시상하는 원창묵 시장 등 2명 뿐이다.

시장, 의장, 국회의원 등의 기념사와 축사는 미리 영상으로 녹화해 10분간 상영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내빈 소개도 출향인사에 한해 1분만 할애했다. 행사가 일요일 저녁 야외에서 개최되는 데다 콘서트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기념식이 길어지면 시민 원성이 쏟아질 게 뻔하다. 원주시는 지난 10일 열린 종합체육관 준공식도 식순을 대폭 생략하고, MBC 가요베스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행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의전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정치인, 기관·단체장의 자리를 어떻게 배치하고, 누구부터 인사말을 시킬 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개를 안하거나, 인사말을 늦게 시켰다고 자리를 박차고 행사장을 떠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초청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인사가 갑자가 행사장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자리배치에 애를 먹는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행사에 앞서 시나리오를 만들고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다. 행정력 낭비이다.

원주시가 주최하는 행사는 원주시민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초청인사 중심의 권위적인 의전과 주최 측 입장만을 고려한 지루한 행사진행이 관행처럼 반복되다보니 시민들은 관 주도 행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관변단체 회원을 동원하지 않으면 행사장은 텅 비게 된다.

고루한 의전문화가 자리잡게 된 데는 공무원들의 경직된 사고 탓도 있지만 정치인, 기관·단체장 등 소위 '윗사람'들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곳에 가든 직급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두고두고 뒷말을 하기 때문에 행사 주관자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일로 관행화 됐다.

따라서 형식에 치우친 권위적 의전문화가 개선되려면 윗사람들 모두가 권위를 내려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원주시가 솔선해 파격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개선될 수 있다.

아울러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거나 로비 수단으로 삼으려는 일부 단체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경로당 준공식 등 마을단위 행사나 이·취임식 등 단체 내부행사까지 시장, 의장,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을 대거 초청하는 것은 모두의 입장에서 보면 소모적인 일이다.

원주만이라도 행사나 기념식은 유력인사가 얼마나 참석했는가보다, 행사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의미를 제대로 살렸는지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 이러한 문화가 정착된다면 멋진도시, 성숙한 도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