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지방의 입법, 사법, 행정과 농정을 살피기 위해 집무를 보던 곳으로 전주의 전라감영, 대구의 경상감영, 공주의 충청감영, 서울의 경기감영과 함께 남한에는 모두 5개 감영이 설치됐다.

이 중 강원감영은 현존하는 감영 중 보존과 복원이 가장 잘 이뤄진 곳으로 중부권 강원의 수부도시로서 조선왕조 5백년동안 이어온 강원감영의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원주의 대표 문화재(사적439호)다. 문화의 불모지였던 원주는 1971년 제1회 군도제를 시작으로 지역문화제의 촛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군사문화의 잔재와 함께 1981년 그 명칭이 치악제로, 다시 2005년 강원감영제로 바뀌게 된다.(2009년 강원감영문화제로 변경)

이 과정에서 지역 축제를 민간 주도하에서 치루자는 취지로 사단법인 형식의 축제위원회가 설립돼 행사를 주관하게 되는데 문제는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1995년 6월 27일 지방선거 이후 위원회는 '자치단체장의 표심을 관리하는 단체'로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한다.

'위원회는 정계입문을 노리는 정치꾼들과 기존 정치인들의 들러리 역할'이라는 오명을 더해가며 순수한 문화제를 갈구하는 뜻있는 시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008년, 위원회의 불거진 잡음은 급기야 자질이 의심스러운 임원들이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추태를 일으켰고, 지난 2010년 멋모르고 추대됐던 신임 위원장은 "이런 집단인 줄 몰랐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서둘러 사퇴의사를 밝히게 된다.

위원회 정관에 의하면 위원장은 명예위원장인 시장이 지역연고를 가진 덕망있는 인사를 추천하고 위원회에서 추대하는 형식으로 위원장을 선출하게 돼 있으나 "그런 집단에 내가 왜 가느냐"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위원장 모시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그후 6개월 동안 위원장 공석사태와 사무국 직원들의 내홍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의 압박을 받게 되자 자리에 연연하려는 몇몇 위원들이 전대미문의 궁색한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위원회 해체가 두려웠던지 사상 초유의 위원장 선출이라는 '각본에 의한' 총회를 소집하는데 당시 선거절차 적법성과 위원장 공모과정에 관한 형평성 논란이 분분했다. 위원장 선출을 위한 총회가 치러진 이후 소위 말하는 '총회꾼'들은 '토사구팽' 됐고 여론은 오히려 거세게 격앙됐으며 주무관청인 원주시는 기존 위원 중에서 무늬만 바꾼 신임 위원장 선출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생해야 하는 원주시와 위원회는 수화상극(水火相剋)이 됐고 급기야 원주시의회는 강원감영문화제 예산을 삭감했으며 풍전등화 위기를 맞는다. 강원감영지 복원사업 마무리와 함께 강원감영문화제는 중부내륙권 광역관광개발사업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10년간 매년 1억원씩 국비를 지원받게 된다.

원주시는 정체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용역과 위원회의 인적쇄신,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위원회의 자정(自淨)을 기다리며 허송세월 할 것이 아니다. 민법 제32조와 38조에는 사단법인 허가와 취소는 주무관청이 임의로 할 수 있도록 돼 있기에 이미 "정통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몇몇 개인의 단체로 전락한 강원감영제위원회는 해체 후 재구성해야한다"는 여론이 정답이다.

조정에서 향과 축문을 하사하고 봉행하던 동악제는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에도 굳건히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치악의 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이어온 전통문화를 그런 집단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위적으로 지역의 대표 문화제를 가공해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지금 또 다른 축제를 새로 만들려고 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전통을 스스로 말살하려는 짓이다.

고대에는 북원경이, 근세에는 조선 5백년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강원감영이 자리잡은 강원의 수부도시 원주는 곳곳에 민족문화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산재해 있다. 치악산의 웅장함과 섬강의 유구함이 조화를 이루고 비옥한 농토에서 시민들의 온후한 인심이 국태민안을 이어가는 충절과 보은의 고장이 원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