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아침 일찍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문막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자식된 도리로 농사일 한 번 도와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며 조합장 후보시절 공약했던 무인 항공기 방제를 꼭 할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부모님께서 농약 치는 일이 힘들어 남을 주려 하는데 방제를 실시한다면 계속 짓겠다고 했다. 그 순간, '그래 무인 항공방제를 꼭 하자!'는 다짐과 함께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민 조합원을 생각했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말이 없다. 그저 근면 성실하게 열심히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그 분들을 뵐 때면 마음이 답답하다. 이렇게 열심히 피땀 흘리며 일하시는 분들에게 무엇인가 해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년이 6년이 남아있었고, 실업자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조합장에 도전했고 마침내 그러한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갈 수 있게 됐다. 지난 12일 무인항공방제 시연회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무인항공방제 시연회에 참석 못하신 배자옥 전임 조합장님이 직접 방제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 같이 살포현장에 가게 됐다. 무인헬기가 앞뒤로 가면서, 헬기의 하향 풍에 의해서 농약이 살포되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참 좋다고 감탄하신다. 이 좋은걸 진작 했어야 한다는 말씀도 했다.

농가들의 마음도 배 조합장님의 생각과 같았다. 금년도 무인항공방제를 실시한다고 하니까. 1천100농가 중 368농가가 신청했다. 시연회가 끝나자 많은 분들로부터 너도나도 신청이 쇄도 하고 있다. 조합장으로서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무인항공방제 신청은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우리지역이 끝나면 타 지역으로 방제를 하러 가야해 그 분들께는 올해 기회가 없어 죄송할 따름이다. 아마도 내년에는 이분들도 편히 농약을 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 모든 일들이 조합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되지 않았다. 무인항공기를 구입하려면 예산이 필요했는데, 원주시와 시의회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를 했고 농협중앙회에도 협조를 구해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시연회 종료 후 많은 분들이 신청하는 것을 보면서 '아! 잘 했구나, 필요한 사업이었구나'라고 생각하니 그 동안 반대하고 의구심을 가졌던 사람들의 소리가 한 순간에 눈 녹듯 풀렸다.

농촌과 농민이 어렵고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장마를 끝으로 폭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고, 들과 논에는 수확기를 앞두고 병충해방제와 예방에 힘쓸 때다. 그러나 농약을 쳐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농촌은 고령화, 여성화로 급속히 변화되어 농약 칠 사람 조차 여유가 없고, 돈 주고 치려 해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영농자재 수입 원자재 인상으로 가격은 매년 조금씩 상승 되고 있어, 농가들의 고통은 쌓여만 가고 있다. 이 무더운 날씨에 농민들이 농약 칠 때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문막농협은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앞으로 더 많은 농민들이 항공방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원주시 권역 전체를 방제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