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빈 축사만 방치된 대명농원. 생계수단이 끊겨 힘겨워하고 있다.

시공사 법정관리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대명농원 개발사업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대명농원에 거주하는 한센인들은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명농원은 1951년부터 전국 한센병 환자가 유입됐으며, 1953년 대통령령으로 한센병 정착마을로 지정됐다.

반평생 넘게 대명농원에서 거주한 한센인들은 나병환자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압된 삶을 살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양계·양돈업을 하며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고, 사업이 번성할 때는 전국 군부대에 닭고기를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축산분뇨 냄새가 나는 마을 정도로 치부되며 주민들의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명농원엔 현재 130여 가구, 3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한센인은 81명이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으로 국가 지원금에 기대 근근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원주시보건소에 따르면 2006년 102명이었던 한센인이 현재 81명만 남아있다. 대부분 한센병이 아닌 고령,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현재 생존해 있는 한센인들도 평균 연령이 70, 80대이다.

한센병은 과거 나병으로 불린 전염병으로 나병균에 의해 감염되는 병인데 현대의학 발달로 감염 가능성이 없는 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원주시보건소 관계자는 "현대에 이르러 한센병은 치료가 가능하며, 격리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이다"면서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시보건소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올해 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대명농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한센인 78명에게 월 1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대명농원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해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사업이 정상 추진돼 보상을 받아야 힘겨운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데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2007년 대명농원 개발계획이 승인될 당시에는 2010년 사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생존 수단인 양계·양돈업은 중단됐다. 사업 시행사가 지출해야할 보상금 980억원 중 주민들에게 돌아간 것은 1차 보상금으로 300억~400억원 정도.

2차 보상금 180억원은 자금 융통이 어려워 지급하지 못하자 대명농원 조합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시공사 F산업이 법정관리를 마치고 재기하는데 노력 중이고, 사업 시행사인 C사와 A사 역시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