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위원장으로 몸담고 있는 원주시의회 '보행환경개선특별위원회'에서는 지난 7월 중순 원주시 관련부서 공무원들과 함께 관내 보행환경의 실태조사를 하고 선진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수원 등 일부 도시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일찍이 본인이 원주시의회 본회의에서 발언을 통해 제기한 볼라드 및 횡단보도 등 보행환경 개선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길을 걸으면서 한번 쯤 불편하거나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사례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해답을 찾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일정이었습니다.

광범위한 도심지역을 망라하여 조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평소 시민들이 보행하면서 자주 불편함을 토로했던 단계동 원예농협하나로마트 인근, 단구동 주택밀집지역, 문막 동화리 부영아파트 사거리 등을 선택적으로 둘러봤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불필요한 볼라드가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설치돼 있어 안전 보행을 차단하고 있었으며, 횡단보도와 인도의 연결점에서는 지나친 턱과 경사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직접 체험해본 결과 이동이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인도 경사가 너무 심해 일반인이 걷기에도 힘이 들었고, 겨울철에는 빙판에 자주 미끄러지는 사고가 난다는 인근 주민의 제보도 있었습니다. 한편 치악고등학교 인근에는 인도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여기저기로 차량을 피해 다니는 현장도 목격됐습니다.

선택적으로 둘러본 현장이었지만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길이었지만, 목적의식을 갖고 교통약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니 참으로 불편한 현실이었으며 동행했던 공무원들도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공감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선진도시 견학에서는 수원시의 볼라드 없는 거리를 체험하면서 볼라드가 없는 것 자체만으로도 쾌적한 구도심의 재생이 가능하다는 작은 교훈을 얻었으며, 도로차선을 축소해 보도와 차도 그리고 자전거도로를 수목을 경계로 분리시킨 안산시의 '완전도로' 조성현장과 선진적인 보행시설의 표준화된 도입과 깔끔하게 정비된 송도 신도시를 둘러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한 지역에서 완벽하게 보행시설을 구현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부분적인 모범사례를 조합해 원주시의 보행환경 개선 및 조성에 접목시킬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끼면서 몇 가지 개선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많은 불편함이 제기됐던 실태조사 시 방문한 4곳의 보행시설을 시범적으로 개선해 시민들이 쾌적한 보행환경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보행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 기회가 돼 실태조사에 동행한 강원도의회 구자열 의원도 이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며, 도비 등 예산확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리라 기대합니다.

둘째, 불필요한 볼라드나 보도 턱 정비, 인도설치, 노상적치물 등 장애물 제거로 무장애 공간 조성, 그리고 선진형 횡단보도 설치 등의 물리적 공간조성만으로 시민의 '보행권'이 완전히 담보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로와 교통 그리고 도시디자인이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행정이 필요하겠고, 관련법규 정비나 조례 제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보행문화에 대한 성숙한 시민들의 의식 개선, '사람 중심'이라는 도시철학에 대한 위정자의 가치관 정립, 그리고 '소통형' 사업 전개 등이 지속적으로 담보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합니다. 구도심 지역에서는 도시재생을 위한 예산확보가 시급하며, 새로운 도심 지역에서는 초기에 '완전도로' 등 선진시설이 조성될 수 있도록 재정투입이 요구됩니다. 이렇게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일시에 확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향후 체계적인 보행환경개선기본계획과 연차별 실행계획을 수립해 국·도비 확보 등 합리적인 예산확보의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원주시의회 보행환경개선특위에서는 '사람 중심'의 도시철학이 태동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