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을 참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동안 원주에 살면서 원주를 드러내고픈 곳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미술관 하나가 원주에 개관되면서 원주를 알리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원주에 산지 20년이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는 왜 그리도 소극적인 생각을 가졌을까 자숙해 본다. 무엇을 보여줄까? 무엇을 갖고 얘기할까? 등, 원주의 '무엇'에 대한 대상, 즉 보여주고 싶은 문화적 대상(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개인에 따라 관심분야가 다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나도 모르게 원주를 자신있게 드러내고 있다. 바로 금년 5월말 오크벨리 내에 개관한 한솔뮤지엄 덕이다. 지난 한달 사이에 네 번에 걸쳐 다섯 가족을 원주로 초청해, '원주는 이런 곳이야!' 라는 자부심을 갖고 안내를 했다. 짧은 기간에 너무 자주 들리니까 안내원이 먼저 알아보고 반긴다.

물론 원주의 자랑인 박경리문학공원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느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전에 박경리문학공원에서 박경리선생 일대기에 관한 설명을 듣고 전시관과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선생 옛집 서재를 관람하고(방문자 대부분은 박경리선생이 원주에서 토지를 집필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오후에는 오크벨리에 있는 한솔뮤지엄으로 이동해 미술관이며 그림을 감상하도록 했다. 한나절에 두 곳만 들렸는데 방문자 모두는 만족했고, 원주라는 문화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만, 토지문학공원이나 한솔뮤지엄은 도심에서 너무 멀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존의 도시들이 도심에 미술관을 짓던가 아니면 기존 미술관의 분관(分館)을 도심에 세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문화 활동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 분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의 강남 분관 등이 그 예다.

도심 외곽에 있는 이러한 문화시설을 원주시민이나 방문객이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주역에서 출발해 버스터미널을 거쳐 고 박경리선생의 옛집과 토지문학관이 있는 단구동의 박경리문학공원과 매지리에 있는 토지문화관과 고 박경리선생의 새집(새집은 닫혀있어 볼 수 없다), 그리고 한솔뮤지엄을 연계한 코스 개발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셔틀버스만이라도 운행한다면 훨씬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다.

이곳이 기대가 되는 것은 원주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고 박경리선생은 한국 문학계의 거목으로 이미 노벨상 수상후보로 거론되었고, 근대기 한국 사회의 리얼리티를 장편 서사시로 생생하게 기록하신 분이다.

더불어 한솔뮤지엄의 컬렉션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뮤지엄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이다. 최종 학력이 고졸이 전부인 그는 독학으로 건축을 배워,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믹한 동경대의 교수까지 역임한 살아있는 전설적인 인물로, 전문분야를 넘어서 젊은이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최근에 문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대통령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가 구성됐다. "문화융성이 창조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어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틀스,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터 모던 미술관을 통하여 영국의 정신을 이해하는 모토가 되고 있듯이, 문학, 미술, 음악, 건축 등의 문화적 요소가 한 나라를 이끄는 축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성은 천문학적이다.

즉, 문화가 바로 경제인 셈이다. 어느 연구보고서에 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단체들의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 개발은 지역의 문화적 낙후를 초래"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최근『원주투데이』(7월23일자)에 "문화기반시설 매우 열악"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춘천이나 강릉보다도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이 적고, 문화재단 예산은 춘천의 1/20 정도로, 인구증가 속도는 강원권에서 가장 큰데 반해 문화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을 실감하고 있다.

원주만이라도 보여주기식 문화, 표면적인 문화 등 가식적인 틀을 벗어나 본질적인 차원의 문화를 키워갈 때이다. 단편적 유형의 문화를 배제하고, 시민 모두가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고, 외부에서 찾아오고 싶어하는 창조적인 문화의 힘을 키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