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관광대학 과정을 수강하면서 농촌체험사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농촌체험이 농가 일손에 보탬이 되고 부가소득도 올려 갈수록 피폐해 가는 농촌에 힘을 북돋는 사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같이 수학하던 40여 농가들도 나와 생각이 같아 농촌체험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낮에는 농사일로, 밤에는 농촌체험 공부로 땀을 흘렸고 체험에 필요한 교육적 요소와 시설 등을 준비하는데 힘썼다. 일부 농가는 농촌체험을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체험 방향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등 진지한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새로운 희망에 모두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막상 부딪치니 현실의 벽은 두꺼웠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열악한 수익구조에 허덕여 체험객이 와도 농사일을 방해하는 귀찮고 번거로운 존재로 여겨졌다. 돈도 안 되는데 농사까지 못하니 말이다. 그렇게 농촌체험사업의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농촌체험 사업의 필요성도 퇴색되어만 갔다.

상황은 열악했지만 농가들 마음속에는 아직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선진 농가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원주시농촌체험협의회 40개 농가 중 16곳이 농촌체험관광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가들이 선봉장으로 선 것이다.

도시민들이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화두가 던져졌고, 다시 한 번 즐겁고 유익한 체험을 만들자는 논의가 꼬리를 물었다. 이러한 과정들이 자연스레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원주를 전국 최고의 농촌체험관광지로 부각시키고 도시민들이 기다려지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가자는 목표를 갖고 발기인 총회를 개최했다. 그렇게 해서 원주시농촌체험관광협동조합의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농가들은 발기인 총회를 하면서 다시 거듭나는 협의회가 될 수 있도록 쇄신하자는 의견 일치를 봤다.

원주시농촌체험관광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구성원들의 복리증진은 물론이고 사회봉사와 함께 도시민과 농민이 상부상조해 농촌체험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원주시민들에게 우리지역을 가장 먼저 경험케 하고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시범프로그램과 중·고등학생들이 교과과정에 부각하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차근차근 갖춰 나가고 있다. 강원도로부터 신고필증이 교부돼 정식으로 법적인 협동조합이 출범하면 시민들에게 일취월장하는 협동조합의 모습을 선보일 준비도 되어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간의 어려움과 실패로 이어진 지난의 시간들이 우리 협동조합에겐 헛된 과거가 아닌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급하게 가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무르익어 가는 그러한 모습으로 멋지게 나아갈 것이다. 먼저 배려하고 먼저 나눠주고, 그래서 조합원 구성원 모두 보람 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서로서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