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삼(53·개운동) 씨는 원주와 횡성을 오가는 2번 버스를 모는 버스 기사다. 인천이 고향인 이 씨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1984년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5남매 중 막내로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고 경제적 형편도 어려웠지만 열심히 살았다.

대형트럭을 운전하다 1993년 원주에 정착한 뒤에는 시내버스를 몰기 시작했다. 시골 길을 달리다가 장을 본 뒤 큰 짐을 한아름 지고 있거나 지팡이를 딛고 힘겹게 버스에 오르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이 씨의 마음은 늘 연민으로 가득하다.

어르신이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들고 버스에 오를 때면 차를 정차한 후 직접 보따리를 좌석까지 옮기고 운행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한 분의 어르신도 빠짐없이 버스에 태워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 이 씨는 "시골 어르신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틀간 버스를 몰고 하루 쉬는 날이면 이 씨는 빠짐없이 태장동 원주종합복지관으로 향한다. 그렇게 복지관을 찾은 지 13년이 흘렀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과 물리치료를 돕는다.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의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는 등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는다.

대학생인 딸 이연희 씨와 복지관을 찾아 가족봉사도 진행한다. "복지관에 가면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복지관 직원들이 한 가족 같다"는 이 씨의 표정엔 늘 웃음꽃이 핀다. 간혹 버스를 운전하다가 자원봉사자나 복지관에서 만난 어르신을 볼 때면 커피 한잔을 건네며 안부를 전한다.

이 씨의 봉사활동과 어르신을 공경하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씨는 "건강이 허락되는 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를 계속할 예정이다"며 "봉사를 통해 개인이 행복해지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원주와 횡성을 오가는 2번 버스 기사 이병삼 씨. 그는 행복전도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