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명 가량 학생들의 안전에 별 관심이 없어…
꿈과 낭만이 넘치는 젊은이들의 촌으로 변화시켰으면...

은퇴 후 작년 겨울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로 이사를 오게 됐다. 대학 앞에 오붓하게 자리하고 있는 마을의 분위기와 앞·뒤로 서있는 산들의 경치에 흠뻑 빠져서이다.

우연히 이 지역에 왔다가 맑은 공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 조용한 근처의 휴양림 등이 내 마음을 빼앗았다. 외로울지도 모른다는 아내의 걱정을 잠재우는 일만 조금 어려웠을 뿐 매지리에 새 자리매김은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먹고 대학촌에 산다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꿈과 낭만이 넘치고 활기에 찬 젊은이들의 거리는 한 폭의 영화 장면을 연상시킨다.
　
내가 중년에 하던 일은 선교 활동으로 외국을 많이 드나 들어야 했던 직업이었다. 또 말년에는 대학에서 CEO(전 목원대 총장)로 일을 했기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학들을 많이 방문 했었다. 그때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대학촌을 방문하곤 했다. 그곳에 가면 왠지 내가 다시 젊어지는 것 같았고, 때로는 인생의 새로운 꿈과 계획도 펼쳐보고 싶은 충동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에 서 있는 상점들의 간판은 그야말로 창조물의 전시회 같았다. 종류도 다양하다.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은 지적 창조성과 자유를 향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의 자유함, 낭만, 창조적 분위기, 도전정신에 빠져 들다 보면 어느새 나도 옛날로 돌아가 젊은 날의 추억에 저절로 빠져 들곤했다.

매지리에 이사온 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갔다. 겨우내 거리를 덮고 있던 눈들이 서서히 녹기 시작할 무렵 학생들은 방학을 끝내고 봄학기를 맞이해 매지리에 숙소를 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텅 빈 거리 겨울 바람이 가끔 지나가던 자리는 어느새 젊은이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이 다 녹은 거리의 모습은 이게 웬일인가! 거리 구석구석이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 봉지와 담배 꽁초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하얀 눈 대신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거리를 메우기 시작 하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것은 이런 주위환경 모습에 학생들이나 주민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코 자기일은 아니라는 표정이다. 답답해서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좀 깨끗한 거리를 만들면 좋지 않겠냐고 얘기 해 보면 비웃듯이 씨익 웃고 지나간다. 일반적인 표정들은 "더러운 것은 저희들도 압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까?" 라는 식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매지리 거리 모습은 1970년대의 중국 거리보다 더한 것 처럼 느껴졌다.

대학촌에 절대 있어서 안 되는, 하지만 현재 매지리에 상존하고 있는 두 가지 가 있다.

더러운 환경 가운데서도 우선 서둘러 변화를 줘야 할 곳은 동네 가운데에 위치한 어린이 공원이다. 그 곳은 실제로 어린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오지 않는다. 어린이 놀이기구가 있는 모래사장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깊이 박혀 있었고 주변 곳곳에는 오래된 음식 찌꺼기들이 널부러져 있고 특히 밤에는 공원을 지켜주는 가로등 하나도 없는 위험지역이다.
　
둘째로는 위험하기만한 교통상황이다, 학교 앞을 지나는 도로는 속도 제한이 80㎞ 이다. 귀래쪽 언덕으로 부터 매지리로 내려오는 길은 높은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길인데 보통 차들이 시속 100㎞로 달린다. 그리고 흥업면쪽에서 매지리로와 청솔 아파트나 현대 아파트쪽으로 들어 가려면 좌회전 하는 곳이 두 곳이 있는데 이곳은 정말 생명을 내놓지 않고는 좌회전을 할 수 없을 만큼 대기차선이 짧다.

학교당국이나 행정 관계자분들이 한 번 가보라고 하고 싶다. 대학당국은 2천여명 가량의 학생들이 살고 있는 이곳의 안전이나 복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행정·학교당국 그리고 지역주민 공동체 및 학생들로 구성된 지역발전을 위한 조직을 하나 만들 수 는 없을까? 아름다운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는 매지리를 꿈과 낭만이 넘치는 젊은이들의 촌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한국땅에서 소문난, 아니 세계 지구촌에까지 소문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