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텃밭 가꾸기에 나서면서 건강한 식생활이 갖는 중요성에 대하여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나라도 웰빙 문화의 확산과 함께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농업이 빠르게 번져나갔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도시 텃밭의 면적은 2011년 485ha에서 2012년에는 558ha로 늘었고, 참여인원은 76만9천명으로 배로 증가했다.

먹을거리의 질을 중요시하는 식문화의 변화가 도시농업을 활성화시킨 촉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시농업이 단순히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차적인 기능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도시농업의 이점은 다양하지만, 소통이 단절되고 화합이 부재하는 도시에서 사라진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에 주목해보자.

공동체 의식은 근본적으로 농경문화에서 발생한 가치이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두레를 조직하고, 품앗이를 통해 서로의 일을 도왔다. 짬을 내 새참을 나눠먹기도 했다. 농사를 짓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아는 사람에게 묻고, 수확물이 많으면 나누기 마련이니 자연스레 이웃과 정을 쌓았다.

올해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에서는 학내 170여㎡의 공터를 활용해 텃밭을 조성햇다. 땅을 갈아 엎어 고랑을 만들고 나니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4월부터 약 120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해 직접 이름 지은 텃밭에 농작물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식당 메뉴로 농사지은 상추와 쑥갓이 올랐는데, 텃밭 가꾸기가 화두가 돼 자연스런 대화로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는 발달된 과학과 문명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누리게 하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피상적인 인과관계로 갈등과 단절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해결 실마리를 공동 텃밭에서 찾아보자. 수확의 결실을 맺는 결과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텃밭을 통해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를 맺으며 연대감을 형성한다면, 공동체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결과 지향적이고 경쟁 중심의 현대 사회구조는 이기적인 욕망만 추구할 것을 강요한다. 우리의 불행은 근본적으로 공생의 의미를 잃어가는 데 있다.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함께 작물을 재배해 성취감을 맛보고 수확물을 나누는 행동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012년 봄, 서울시 마포구에 상암두레텃밭이 만들어졌다.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는 개인과 단체가 힘을 모아 1년여를 노력한 끝에 구청으로부터 약 2천㎡의 대지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 중 절반은 공동체 텃밭으로 주민들이 조를 꾸려 함께 경작하고, 나머지는 체험학습공간과 교육장으로 활용했다. 텃밭의 디자인과 조성도 공공예술을 하는 지역 예술가들이 맡았다.

이처럼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구체화된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어떠한 정책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제 주변의 유휴공간으로 눈을 돌려 공동의 텃밭을 조성하는 데 힘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공동체 회복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