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손 부족으로 낙과한 복숭아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잿빛곰팡이병 발병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연이은 동해로 전체 복숭아 농가의 50% 가량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추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행구동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김모 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동해로 잎사귀와 가지가 마르고 수확량이 현저히 감소한 상태에서 천공병마저 번지고 있기 때문. 천공병은 나뭇잎에 작은 반점이 점점 확대되고 가지도 움푹 들어가 말라버리는 질병으로 열매가 맺히는 것을 저해하며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세균성 구멍병이다.

김 씨는 "연이은 동해로 나무 저항성이 약해진 상태에서 세균성 병원균이 침투해 상당수 나무가 말라가고 있다"며 "대부분의 농가가 겪고 있다는 점에서 재해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원주시는 저항성이 강한 항생제를 투입해 천공병 퇴치를 권유하고 있지만 2번 이상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기상상황도 좋지 않다.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빠른 지난 17일 장마가 시작됐고, 강수량도 예년보다 약 200㎜ 많다. 비가 질소영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복숭아 씨앗이 깨져 조생종 품종에 낙과가 발생하는데, 행구동 일대의 조생종 품종은 이미 50% 이상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대부분 농가가 일손이 부족해 낙과한 복숭아를 처리하지 못해 썩게 되고, 이는 잿빛곰팡이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품의 질은 둘째 치고 수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게다가 매년 반복되는 8월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도 우려된다.

행구동 신모 씨는 "동해 피해로 4~5년간 애지중지 기른 복숭아나무가 못쓰게 됐고, 다시 기반을 갖추려면 그 만큼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피해복구는 물론 농가 생계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천공병 이후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원주시나 정부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동해같은 천재지변으로 정부 보상을 받는 경우는 원주시 복숭아 농가의 20~30% 정도이고, 나머지 농가는 원주시가 정부 수준으로 보조하는 상황"이라며 "농가들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원주시 지원에 한계가 있어 농가에서 철저히 대비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