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귀래사랑의집대책위 공동대표 이현귀

원주귀래 사랑의집 판결과 관련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6월,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망한 지 10년이 넘도록 병원 냉동고에 방치된 두분 장애인의 시신 때문이었다. 친부라는 사람이 엄연히 있음에도 두 명이나 십년이 넘도록 장례를 못 치르는 사연을 추적하다 보니, 친부로 등록돼 있는 장씨는 장애인을 21명이나 친자로 등록했고, 사실상 미신고 시설을 운영하며 폭행, 학대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일삼은 만행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대책위가 그들을 만날 때에는 그 중 4명의 장애인만 동거 중이었으며, 네 분을 장씨에게서 구출한 뒤 1년,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는 네 분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고 평생을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았던 그 분들은 새로운 삶을 찾았다. 새겨져 있던 문신은 수술을 통해 희미해져 가고 있고, 하나도 없던 치아는 틀니를 해 넣었다. 그리고 이제야 시작한 한글공부로 자기 이름을 쓸 줄 알게 되신 분도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한 분, 장성아씨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뒤로한 채 직장암말기로 투병중 유명을 달리하셨다. 최근에는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해 장씨에게 당했던 극심한 피해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고, 장씨에 의해 8명이나 되는 장애아들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진술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2인이 추가로 확인됐고, 장씨에게 자녀를 맡겼던 또 다른 가족들이 등장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지고 30여년이란 시간 속에서 묻혀지고 사라진 증거들을 찾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장씨를 세상에 알린 언론을 비롯해 대책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장씨가 구속됐으며 2013년 1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6개월여 동안 총 13회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에서는 대책위원회에서 고발장을 제출한 주민등록법 위반,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 및 동행사, 영리목적약취유인죄, 학대죄, 감금죄, 사기죄, 횡령죄, 국민기초생활법 위반, 유기치사죄, 사체유기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회복지사업법 위반,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등 13개 항목에 대한 공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가해자 장씨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자신은 일생을 바쳐 장애 자녀를 사랑한 아버지이고 대책위에서 오히려 자신의 자식을 납치,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직장암으로 사망한 故 장성아씨에 대해서는 대책위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망언을 일삼았다.

 3년 6개월. 법원은 이사건의 범행을 장씨가 미신고 장애인 시설은 운영하면서 자신이 감호하던 장애인들에 대한 장례의무를 수년간 방기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박탈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장애인들을 내세워 문서를 위조하여 행사하고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편취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인권보장을 규정한 헌법 정신에도 정면으로 반하므로 엄벌의 필요성이 높다라고 선고 결정의 내용을 말하였다. 어떠한 형벌로도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장씨의 죄를 다 물을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형량은 마치 형식적인 인정만을 한 듯 너무나도 가볍다.

 30여년을 인권을 유린당하고 돈벌이의 수단으로서 이용되고 내 주위의 다른 장애인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거나 죽음의 현장을 목격했던 그들에게 공소시효라는 제한은 지적장애인들의 인권을 비참하게 묵살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적장애인은 당사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먼저 이야기하고 문제화 시키기 어렵다. 그것이 그들의 특징이며 사회는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하는 책임이 있다. 이 사건처럼 수년이 지나고 누군가로부터 문제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적 장애인들의 문제는 특수한 경우로 인정하여 범행이 일어난 시점이거나 인지한 시점으로 공소시효를 아동 성폭력사건처럼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다 미신고시설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여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한 세대에 2인이상 장애자녀 둔 가족은 양육 관리지원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장씨 개인행동으로만 국한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고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가족의 문제로 치부하게 된다면 제2의 제3의 사랑의 집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것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묻고 제도적 마련을 제안 할 것이며, 아직도 차가운 냉동고에 있는 故 장성희씨의 장례를 치루고, 학대와 폭력에 노출돼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검찰은 장씨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항소를 하였다. 물론 장씨도 항소를 하였다. 우리는 사회의 정의와 인권이 숨 쉬는 판결이 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