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나무가 매우 많습니다. 지극정성을 모아 한 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듯 그렇게 다양한 성격과 모습을 가진 청소년이 자라나 행복한 일을 하고 사회에 이로운 열매 맺는 성인이 될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예전엔 그저 곧게만 자라는 것이 미덕인줄 알았지만, 다양성 시대인 지금은 청소년도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이 바로 좋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넓은 세계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을 대하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첫째, 식물이 다양하듯 누구든 모든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하고 좀 더 넓은 세계를 알게하고 함께 해주고 알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막내 녀석이 무언가를 한참 보더니 점쟁이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군요. 순간 놀라긴 했지만 아직 표현력이 적은 아이의 소중한 꿈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점쟁이가 뭔지에 대해서, 점쟁이가 되기 위해서 해야하는 공부에 대해서 나열했습니다. 막연하지 않게 점쟁이에 대해 아는 대로 알려주었더니 수긍하고 또 즐겁게 생활하네요.

둘째, 다양성을 인정해도 규칙에 위배되거나 풍습을 저해하는 행동은 제약이 필요합니다. 한때 농사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고추가 한창 자랄 때 꼭 해줘야 하는 일, 싱싱한 고가 상품으로 만들려면 곁가지를 쳐내야 합니다. 종일 고랑에 앉아 땀범벅이 되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후에 내가 도왔던 농사가 결실이 되어 팔려 나갈 땐 조금이나마 뿌듯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들과 함께 하면서 가끔은 그들의 일탈로 인해 생가지를 떼어내는 아픔을 감내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셋째, 정성을 다하되 끝까지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나아보니 '아 이제 걷기만 해라'고 했는데, 걸으니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네요. 논에 모를 심고 김을 메고 거름을 주고 약을 치고 수해에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고 벼를 베고 탈곡을 해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쌀 한 톨이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요.

넷째, 함께 하되 뒤처지지 않는 지도자가 됐으면 합니다. 사실 아는 것 만으로 따지면 청소년들이 더 많이 알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앎을 더 갈구하고, 단지 청소년이 나아갈 바를 보살피고 제시하고 지원하는 것뿐입니다. 3~4년 간 청소년이 스쳐가면서 지도자가 구습을 못 버린다면 상처만 줄 겁니다.

고위 공직자로 있다가 작은 공장에 다니는 존경하는 지인이 계십니다. "모두가 의사하면 의사는 어떻게 밥먹고 사냐? 모두가 대통령하면 똥은 누가 치우고 길거리 청소는 누가 하냐?" 라고 하시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한 사람이 진정 성직자" 라고 말씀하십니다. 적극 공감합니다.

어느 분야에서건 열매를 풍성히 맺으면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 받지요. 어떤 청소년을 만나게 되건 처음부터 헤어지기까지 건성으로 만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 막내 녀석이 식물에 물주는 주기를 체크하고 이름을 외우며, 조그마한 화분을 사곤 합니다. 점쟁이를 꿈꿨던 소녀는 식물과학자를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