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개관 간담회에서 '스님, 박물관을 왜 하시려 하십니까, 다 망하는데?' 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당황하면서, '지역의 작은 박물관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답변을 했던 기억이 난다.

고판화박물관이 개관할 당시 300관이 채 되지 않았던 박물관 수가, 10년이 지난 지금 800여관을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가장 많은 비중으로 증가하는 것이 사립박물관이다.

무언가를 수집하려는 본능과 수집된 것을 남에게 공개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인해 사립박물관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박물관을 큰 나무에 비유하면 국· 공립 박물관은 뿌리와 줄기에 해당하고, 사립박물관은 아름다운 잎에 비유할 수 있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잎을 표현하고 있는 많은 사립박물관들이 박물관을 설립한 후에는 사막위에 지어진 신기루와 같은 것임을 알게 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후라 물러설 퇴로가 없음도 알게 된다. 무상이라는 세월이 사람을 쫒아오고 무상을 피해 도망갔으나 결국 당도한 곳이 파도치는 벼랑 끝으로, 벼랑 끝에서 한 발자국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백척간두 진일보'라고 한다.

사립박물관의 열악한 현실이 역설적으로 박물관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백척간두 진일보의 정신'과 통한다. 이러한 정신이 고판화박물관을 지역의 작은 박물관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국내 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박물관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8년 전 우연히 마주친 중국 목판 한 점을 수집한 것이 현재 4천여점의 유물이 소장된 세계적인 고판화소장처가 됐으며, 한국 유물 중에는 7건이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돼 원주가 소장하고 있는 지정문화재 중에 1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유물들은 국보로 지정될 수 있는 유물 뿐 아니라, 전통판화인 '연화'는 해외 최고의 수장처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호, 마네,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일본의 '우키요에'와 서양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도깃발인 '타르초' 등 티벳, 몽골의 소장품도 빼어나다.

수집된 유물을 연구하고 해석해 매년 다양한 특별전과 10월에는 '원주 고판화축제'를 국제적인 행사로 열고 있다. 올 초에는 서울에서 초청 전시회가 열렸으며, 9월에는 해인사 국제 대장경 축전에 초청돼 대규모 전시회가 45일간 열릴 예정이다. 국립 중앙박물관 등에 유물을 대여하고 있기도 하다.

경주 민화축제 등 전국 축제행사에 초청돼 현장체험 부스를 운영하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다양한 공모를 통해 기금을 확보, 연간 4천여명의 무료 수강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런 성과의 결과로 문화부 템플스테이 지정사찰, 서울시 교육청 체험학습 교육기관,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기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천곳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묵묵히 문화재를 사랑하는 원주시와 시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며, 아낌없는 시민들의 문화사랑이 열매 맺어 10년 후에는 '지역의 작은 박물관이 세계화'하는 롤 모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