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개념에는 건강관리부터 치료까지 포함된다. 매일 측정하는 혈당 측정기부터 체내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MRI 까지, 의료와 관련된 제품은 우리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이나 치료사들이 사용하는 의료 제품까지 생각하면 훨씬 더 제품이 많을 것이다. 병원 입원실이나 진료실 인테리어 등 의료시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디자인 역시 넓은 의미에서 메디컬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의료영역의 폭이 넓어질수록 융·복합 기술력과 실용적인 디자인 설계가 요구된다. 최첨단 설비기술과 IT기술을 결합해 사용성 까지 높인,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메디컬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투병 중 병원에서 사용한 산소마스크와 모니터 등 의료기기의 디자인을 못마땅하게 여겨 의료기기 디자인을 단순화 할 것을 제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일 아이폰으로 세계 스마트기기 시장을 휩쓴 장본인이 의료기기에까지 손을 뻗쳤다면 지금쯤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스마트폰의 사례처럼 세계 시장에서 애플의 의료기기 제품이 1순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지 않았을까?

최근에 한국에서도 이러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아이디엔컴 주관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해 열린 '수요자 중심의 의료기기 서비스 디자인 세미나' 에서는 미래 의료산업에 있어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논의에서 의료기기 전문가들은 의료산업에서의 디자인, 특히 서비스 디자인이 의료기기 산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키(key)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국내 의료기기 디자인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현 의료기기들이 다른 상품의 디자인에 비해 너무도 뒤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기산업에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를 제품의 컬러와 모양만으로도 사용방법을 알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기능성과 실용성이 결여된 제품이 대중성을 획득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의료기기 제품을 설계할 때 사람의 지병이나 장애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히 건강검진 수치만을 나열했던 결과표의 디자인을 환자가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변경한다면, 또한 의료진에게 다시 묻지 않아도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디자인 한다면 의료기관의 서비스 질과 환자 만족도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시직은 미약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디자인 산업도 서서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삼성제품이 주목받고 있는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에서 감성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인정받아 의료기기 최초 금상을 수상한 것이 그것이다. 실용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면을 강조해 세계시장이 인정했던 것이다. 그 만큼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다.

의료기기 산업 디자인이 발달 할수록 환자의 속성에 따른 차별화 된 치료가 가능하고 진료를 위한 대기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편의성도 극대화 되며 고객이 요구하는 가치도 충족시킬 수 있다. 의료기기 산업을 특화로 내걸고 있는 원주시와 의료기기 업체들이 이 점을 반드시 주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