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 시대가 활짝 열렸다.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을 근거로 벌써 전국에서 1천209개(5월말 기준)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다섯 명 이상만 모이면 보험과 금융을 제외한 사업의 전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쉽게 설립할 수 있게 돼 협동조합 설립이 전국적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협동조합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세계협동조합연맹(ICA)이 결성된 게 1895년, 강원감영이 폐지된 해이기도 하다. 장일순 선생님께서 1966년 11월 고리사채로부터 농민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고자 신용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한지도 벌써 50년이 다 돼 간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아직까지 주민에게 생소하다. 협동조합이 정확히 무엇인지, 협동조합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편화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협동조합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법과 제도의 문제, 관치(官治) 등으로 인한 협동조합 정체성 상실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앞으로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삶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가능케 해 앞으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사회, 경제, 문화적 욕구 등을 충족하고자 주민이 만든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업체이긴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사업체가 아니라 주민의 필요와 욕구, 열망을 충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체라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협동조합의 역사는 주민 삶의 문제를 해결해 온 역사"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신용협동조합 운동은 '고리사채의 늪'이라는 농민과 소상공인의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한살림 운동은 산업화로 피폐해 가는 농업과 농촌, 농민을 살리며 호혜(互惠)의 관계를 만들고자 시작한 운동이다.

이렇듯 협동조합은 앞으로 주민 삶에 대두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민 공통의 필요와 욕구, 열망을 채워나가며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수출중심의 전통적인 국가발전 전략, 기업·외부자본, 대형 이벤트 유치 등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지역개발 전략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으며, 더 이상 지역에서 발 딛고 살아가는 주민에게 큰 희망을 안겨다 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다른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통적인 지역개발 전략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양 날개로 날자는 이야기이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환경을 조성, 전통적인 지역개발 전략의 한계를 보완하며 주민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게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여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아름다운 지역사회를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페인에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트렌토, 캐나다 퀘벡 등 협동조합이 잘 발달된 외국 지역사례를 많이 접하고 있다. 이 지역은 협동조합을 통해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지역사회를 일군 곳이자, 협동조합을 통해 미래를 보장 받은 지역이다.

협동조합은 이제 말 그대로 '오래된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미래를 보장받으려면 지금부터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협동조합은 사람의 결사체로서 교육을 기본으로 한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부터 협동조합 교육체계를 확립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