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제 날개 옷 주세요."
"애 하나 낳고"
"아저씨 애 하나 낳았잖아요. 이제 제 옷 주세요."
"애 둘 낳고"
"아저씨 이제 둘 낳았어요. 제발 제 날개옷 한 번만 보여주세요."
"애 셋 낳고."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거다. 맞다. 온 국민이 어려서부터 듣거나 읽어서 알고 있는 옛이야기, 우리 고유의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 나오는 대사다.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나무꾼의 죄는 절도죄만이 아니다.

절도, 약취, 유인, 협박, 감금, 성폭행죄에 해당한다. 특히 감금죄는 '범죄자가 아닌 사람을 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일정한 장소에 상당기간 잡아두는 것으로 적법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의 장소이동의 자유를 빼앗은 경우를 말하는데…'로 시작된다.

여기서 나무꾼이 사슴의 목숨을 살려주고 사슴이 그에 대한 은혜를 갚고 하는 이들의 선행과 은혜갚음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도대체 선녀가 무슨 죄란 말인가? 왜 그들 마음대로 선녀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선녀가 목욕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고. 옷을 감추고. 또 마치 도와주기라도 할 것처럼 착한 얼굴을 하고서는 데리고 가서 아이 셋을 낳을 때 까지 감금하고 성폭행 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이 세상 선녀들에게 정말 너무나 미안하다. 어쩌면 우리는, 온 국민이 공범자인지 모르겠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웬만하면 애도 낳았는데 정 붙이고 살지, 왜 자꾸 날개옷을 달라고 하지? 나무꾼이 옷을 주면 안 되는데, 애 셋을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

혹여 라도 단 한 번이라도 날개옷을 입어보라고 주기라도 할까봐 모두 다 전전긍긍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독한 여자라고 해도 배 아프게 낳은 어린 자식을 셋씩이나 두고 눈에 밟혀서 절대로 떠날 수 없을 모성 본능을 교묘하게 이용한 그들의 전략에 어떻게든 동참했던 것이다.

한 번도 선녀의 입장에서 어린 선녀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웠을지, 두려웠을지, 집에 가고 싶었을 지를 생각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신문 펼치기가 무섭고 TV켜기가 두려운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입에 담기도 끔찍하고 잔혹한 성 범죄는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성 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가 정책적으로 입안되었음에도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위로부터 아래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성인지적 감수성이 너무나 낮다. 새 정부 미국 첫 방문에서 대통령을 모시는 수행 대변인의 성추행사건은 방미 성과는 뒷전이고 성추행사건만 부각되고 말았고, 또 최근 육사에서 발생한 성폭행 문제는 여성을 평등한 인격체나 대등한 동료, 친구로 보지 않는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여성과 남성, 존중받아야 할 성이 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전국가적인 사회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며 강력한 처벌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사전에 예방을 위한 조치가 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각 연령대별로 성에 대한 올바른 교육부터 실천 할 때다.

체육관에 수 백 명의 아이들을 몰아넣고 와글와글 한 상황에서 강사 따로 아이들 따로의 교육을 하지 않기 바란다. 또 직장 내 어른들을 위한 교육에 있어서도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기관장들, 조직의 권력을 가진 분들, 고위 공직자들부터 이것이 성희롱인줄도 몰랐다는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성희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는 나무꾼이 아닌 선녀의 입장에서 그 상처를 바라볼 눈이 필요한 때이며 더 이상 세상의 누구도 존귀한 자신의 성이 희롱과 착취와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생각해 봤는가? 더 무서운 것은 나무꾼이 그 어린 선녀가 탈출을 했건만 두레박을 타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살고 있는지 마침내 알아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