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19 대선때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앞다투어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대선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여·야는 공약이행을 미루고 졸렬한 출구전략 찾기에 부심하는 모양인 듯 싶다.

짐작컨대 여·야 정치권은 6월 중 내년 6.4 지방선거 체제로의 전환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하여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회 정치쇄신 특위는 지난 5월 22일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개선방안」 마련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으나 찬·반 입장이 엇갈리는 모양새만 보였다.

사실 기초지방선거는 풀뿌리 주민생활자치를 실현하려는 것이 본연의 취지이지 결코 중앙정치의 하부구조로 역할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기초지방자치에서 정치색을 빼면 쟁점요소도 줄일 수 있고 시장·군수·구청장과 기초 의원간에 자연스러운 상호견제가 가능할 수 있다.

실제로 정당공천을 받아 단체장에 당선된 경우, 단체장은 주민생활을 챙기기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 및 소속 중앙정당에만 신경쓰기에 급급한 상황이며 총선·대선 때면 당 선거운동원으로 되어야 하는게 웃지 못할 실상이다. 이처럼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히 예속화되므로서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방선거는 철저하게 지역주민들 스스로의 판단역량에 맡겨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당공천으로 인하여 중앙정당의 대리전으로 왜곡 진행되어 왔음은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정당공천폐지 반대론의 입장에서는 여성 등 소수자의 정치진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고, 지역 토호들이 의회를 장악하기 쉽기 때문에 신진세력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성당원에 의한 정당공천을 통하여 비례 대표제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당공천폐지 찬성론 입장에서는 공천과정에서의 공천헌금 등 비리와 부패가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고 있는 바, 이는 정치 혐오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당공천제가 오히려 지방자치 엘리트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어쩌면,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이미 해묵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민생활자치 실현 뿐 아니라, 정치쇄신 차원에서라도 벌써 개선되었어야 마땅하다. 솔직히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문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지금껏 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방선거 정당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되게 마련이다.

차제에 여당과 야당은 당리당략이나 현역의원 기득권 수호를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때 여·야 후보와 소속 정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공약하지 않았던가?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겠다.

대다수 국민들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원하고 있다. 또한 직접 당사자인 지방선거 입지자들도 하나같이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처지에서 주민생활자치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초당적 차원에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조속히 입법처리 하기를 대다수 국민이 요망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하겠다.

만약 내년 6.4 지방선거 때에도 정당공천이 지속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비장의 레드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예컨대 모든 정당공천 후보자에 대하여 전국적인 낙선운동으로 직접 투표행위를 통해 대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 그 책임은 두말할 것 없이 현역 국회의원 모두가 감당해야 할 것임을 지적코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