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7천만원이 투입됐으나 고장이 잦아 애물단지로 전락한 펌프시설.

4대강 사업 섬강 13공구(후용·간현) 중 간현국민관광지 인근에 설치한 펌프시설이 고장나 논란이 일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작년 말 준공됐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문제점이 드러나 주민들이 당황하고 있다.

모내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주민들은 홍역을 치렀다. 간현국민관광지 앞 지정대교 인근에 설치한 펌프시설이 고장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데 차질을 빚었던 것.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섬강 본류에서 지정119 지역대 뒤편 진사래들, 간사래들 일대 소하천으로 물이 흘러 들어왔다. 제방 수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강물이 유입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수위가 낮아지고, 제방 아래쪽 지형이 일부 변형돼 수문으로 물이 통과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펌프를 설치했는데 가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장이 났다. 펌프시설 모터와 전기설비에 결함이 생겼기 때문이다. 1억7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나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 펌프는 지난 3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있지만 수시로 작동하지 않아 농민들을 애타게 했다.

물이 제대로 유입되지 못하자 소하천 일대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농업용수 공급에 애를 먹었다. 더욱이 이 소하천엔 마을 공공하수처리장이 포함돼 있는데, 물이 순환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여 악취가 심했다. 펌프시설이 있는 소하천 상류 지점은 빈 바닥을 드러냈다.

하류지점 물은 섬강 본류로 다시 흘러들어가야 하지만 들어오는 물이 없으니 나가지도 못한다. 오규진 간현1리 이장은 "모내기철이었는데 물이 말라버려 마을주민들이 애를 먹었다"며 "주민들 요구로 매일 시설을 점검하고 재가동했으나 번번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성이 높아지자 지난달 말 시설을 설치한 시공업체에서 보수작업을 했다. 채수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모터와 연결된 전기설비에 방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펌프장비를 설치한 업체와 전기설비를 담당한 업체가 각각 있는데 상호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펌프 설치업체는 "시설물을 점검해보니 모터에 물이 들어가 결함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기설비업체 관계자는 "다시 방수처리를 했으니 이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섬강 유량이 부족하면 채수가 원활하지 못해 펌프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전기설비를 담당한 업체조차도 "채수장에 물이 들어차야 모터가 제대로 돌아갈 텐데 갈수기 때는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오규진 이장은 "시설물을 수리한 이후에도 가동하지 않은 적이 있다"며 "수리한 뒤 며칠 동안 비가 많이 내려 유량이 충분했는데 앞으로 강 수위가 낮아지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채수정으로 물이 제대로 흘러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물을 인계받은 원주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하자보수 기간이 있기 때문에 관할청인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 보수요청을 한다는 입장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향후 시설물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며, 원주시 입장을 충분히 전달해 재정부담을 떠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