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양당이 공약으로 채택했던 기초의회와 단체장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지난 주 여성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고, 특히 지방에서는 선거때마다 개선을 요구해 온 사안이다. 하지만 칼자루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면서도 법률 개정에 나서지 않는 바람에 지금까지 유지돼 오고 있다.

하지만 양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채택한데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열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 후보를 공천하지 않으면서 폐지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여성의원들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자 마치 기다렸다는듯 여야의원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이러다간 다음 선거에서도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성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 이유로 여성의 정치참여 위축을 내세웠다. 일정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방정치를 실종시키고 끊임없는 소모적 정쟁으로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존치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0여년이 됐는데도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겉으로는 지방자치 발전을 얘기하면서 속으로는 지방자치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중앙 정치인들의 속내를 드러낸 대표적 결과물이 정당공천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정당공천제가 여성의 정치참여에 도움이 된것은 사실이다. 또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지방 토호세력들의 기득권 유지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방자치 실시 초기에 이러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지방자치 자체를 무력화 시켜서는 안된다. 지방자치 초기에 정당공천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인 대안을 만들어 냈어야 했는데 이를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계기로 삼은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정당공천제 폐지 분위기가 확산되자 다시 무력화 시키려고 하는 것은 이유가 어디에있든 중앙정치권의 야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정당공천제 폐지이후 발생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내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해야 해야 한다. 지방의회는 물론 지역단위 시민사회단체, 지역언론들로 정당공천제 폐지와 대안먀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는 중앙정치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이다.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구경만하다가는 중앙정치권 입맛에 맞는 기형적인 제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지역사회는 지방자치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주민들의 수준이나 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못할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