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얼굴을 남긴다." 왠 뜬 구름 잡는 소리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그 만큼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지구상의 수 십억 인구 중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있지만 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은 나 외에는 없다.

유일무일한 나만의 얼굴,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언제나 '나' 라는 존재 안에서 먼저 보여주는게 얼굴이다. 나이 40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말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얼굴은 곧 행동과 일맥상통한다.

때로는 우리가 얼굴을 잊고 산다. 남들이 보는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힘이 힘을 부르는 세상, 그리움이 그리움을 부르고, 술은 또 술을 부르고, 말은 또 다른 말을 부르고, 그렇다면 내 얼굴은 무엇을 부르는 걸까?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이 예술이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교육으로 길 들여지지 않는 나만의 세계, 느낌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행동이 예술로 승화된다고 믿고 있다. 그림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은 강렬하면서도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끊임 없이 준다.

아무리 신선하고 맑은 물을 배 불리 마신다 해도 배고픈 사람의 배가 채워지지 않듯이 지칠줄 모르는 '그림 사랑'이 이번 전시회를 오픈하는 동기가 됐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흙 으로 돌아간다.

내 얼굴도 흔적없이 사라지기 전에 한 폭의 화폭에 담아 남기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 잡혔다. 이것이 위대한 사람의 얼굴이 아닐지라도 내가 지구상에 왔다 간 흔적이 될 것이다. 우리의 아들, 딸, 손자에게 지금의 모습이 예술 작품으로 남겨지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두번째 전시는 윤기원 작가와 함께하는 팝 아트 장르다. 팝 아트(pop art)는 파플러 아트(popular art: 대중예술)를 줄인 말로서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미술의 한 장르다. 그 발단은 매스미디어에 주목하고 영국 작가들의 반 예술적인 형태를 기반으로 신문의 만화, 상업디자인, TV 등 대중사회에 있어서 매스 미디어의 이미지를 부각 시킨 것이다.

팝 아트는 미술의 큰 물결 중 하나로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헤링, 줄리안 오피 등이 활동하고 발달 시켰으며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현대에는 세계적으로 그래픽디자인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고있다.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참 재미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가까운 친구의 얼굴을 그리면서 기쁨과 희망을 느낀다는 윤기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소통되는 통로를 얼굴을 통해 선보인다. 많은 사람이 와서 그리운 얼굴을 생각하며 좋은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며칠 전 뉴스에 명품브랜드인 루이뷔통 제품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외적인 멋에서 내적인 멋으로 변하는 좋은 징조라 생각한다. 이제 문화(그림)의 불모지 원주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려 한다. 서울이 아니라고 해서 홀대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보는 그림에서 소장하는 그림으로 변화 할 때다. 중국의 미술시장이 뉴욕을 앞지르며 갑자기 커진 이유는 자국민이 그림을 사고 소장 함으로써 그들의 이름을 세계시장에 알려왔기 때문이다. '원주의 내일이 오늘의 강남'이 되려면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원주 문화예술이 서울의 변방이 아니고 서울이 원주의 변방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랑스 루브르미술관에 있는 모나리자 그림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30조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림은 오랜 세월동안 스스로 가치를 높여 왔기에 가능한 것인가 보다.

아직도 갤러리 문 앞에서 망설이는 원주시민의 발 걸음이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많이 바빠지기를 기대한다. 잊고 지내던 사람의 얼굴을 그리며 같은 꿈을 꾸기를 바란다. 혼자 꾸는 꿈 보다 같이 꾸는 꿈은 또 다른 현실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아름다움 밖에는 나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 없다."고 노래한 미켈란젤로처럼 난 오늘도 꽃향기와 살을 섞는 저 바람처럼 영원히 예술의 향기 속에서 살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곳을 바라본다
　30년 동안 바라본다
　적막함 속에서
　깃털 떨어지는 소리를 잡아야 한다
　30년
　또, 바라본다
　소리없는 곳에서 소리를 들어야 한다
　300년!
　영혼으로 보고
　영혼으로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