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수년째 세금이 잠자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부론면 생활체육공원 조성사업 얘기이다. 부론면 법천1·3리, 흥호2리, 정산1·4리, 단강리 등 6개 마을은 매년 한강수계기금을 지원받고 있다.

법천1리 주민들은 한강수계기금으로 마을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기금을 적립했다. 그 기간동안 다른 마을들은 한강수계기금으로 마을안길 포장 등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2006년 11월 원주시의회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생태공원 조성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화가 난 주민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고 말았다.

게다가 지원된 한강수계기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반납해야 한다는 당국의 요구에 한강수계기금이 지원되는 6개 마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주민지원사업 추진위원회는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하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2008년 법천3리 1만8천500여㎡를 약 8억원에 매입했다.

법천1리 주민들이 적립한 기금으로 법천3리에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하겠다니 법천1리 주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게다가 생활체육공원 부지 주변에는 민가가 3∼4채에 불과한 데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정산2리와 1㎞, 면소재지와는 2㎞ 가량 떨어져 있다. 접근성이 좋지않은 데다 고령화로 인해 기동력이 떨어지는 농촌에서 허허벌판에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할 경우 활용도가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강유역환경청은 생활체육공원 조성을 위한 예산 10억2천만원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2회에 걸쳐 예산을 요구했으나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다"면서 "한강유역환경청이 생활체육공원 부지매입은 승인하고서 공원 조성 예산은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로인해 세금 8억원이 수년째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원 조성도 기약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주시 소유로 돼 있는 생활체육공원 부지를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부론면 한 주민은 "첫 단추를 잘못 꿴 결과가 참혹하다"면서 "주민들에게 맡겨놓지 말고 원주시가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소유는 원주시로 돼 있지만 주민들에게 지원된 한강수계기금으로 매입한 것이어서 원주시가 적극 관여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며 "한강유역환경청에 공원조성 비용을 지원하도록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원주시는 공원 조성 예산이 지원되면 인조잔디 운동장, 우레탄 족구장, 체력단련시설, 주차장, 화장실, 음수대, 파고라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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