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고 하는 24절기의 하나인 경칩(驚蟄)이 지나고 있다. 이는 봄이 왔다는 것이며 한해 농사준비를 해야 할 시기인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새봄을 맞이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에서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바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인간성 상실'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사회가 각박해지고 각종 강력범죄가 끊이질 않으며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를 과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바로 농심(農心)을 통해서 즉 '농업인의 마음'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오늘의 우리의 모습을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우리 마음속에서 농심(農心)을 잃어버린 것이 근본원인이 아닌가 싶다. 농촌을 우리 몸속의 장기에 비유한다면 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얼굴이 잘나고 똑똑해도 간이 병들면 건강한 삶을 살 수가 없다.

도시가 아무리 발전하고 잘살아도 농촌이 병들고 피폐해지면 나라 전체가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이 개척자 정신과 실용주의라면 우리나라는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한 끈질긴 도전정신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농업인의 마음이라는 훌륭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농심(農心)은 자연의 법칙과 생명의 원리에 따라 인간의 모든 정성을 기울여 생명체를 가꾸어 가는 농민의 마음이며 우리민족의 본래의 본성(本性)이다. 농심(農心)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소박하지만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농사는 수고하고 공들인 만큼 결실을 가져다준다. 허황된 한탕주의나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농민은 생명과 가치를 창조하는 생산자로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자연과 한 몸이 되어 함께 호흡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농민의 농심을 잃어버리고 살다보면 사회는 혼란해지고 인성은 메말라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농업인의 마음 속에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녹아 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소박함 속에는 과욕과 탐욕을 경계하는 절제의 미덕이 함축돼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서 알게 모르게 수그러지고 있는 농심(農心)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만이 상실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따라서 금년 봄에는 농촌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고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농심(農心)을 되살려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