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지도 어느새 회갑을 넘었다. 전쟁기간 중 한반도에는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그 중 '원주전투'는 북진공격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중요한 전투였으며, 그 만큼 치열했고 희생도 많았다.

전쟁으로 인한 비참함과 그 고통을 겪지 않은 우리 세대로서는 그 아픔을 어떤 표현으로도 얘기하기 힘들다. 그 중에도 재물손실보단 뿔뿔이 흩어진 혈육들의 생사여부에 대한 고통이 더욱 절절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전쟁기념박물관에는 '원주 치악고개 전투'에서 적으로 만난 형제의 이야기를 형상화 해 놓은 조각상이 하나 있다. 이 조각은 이를 직접 목격한 예비역상사 안만옥 씨가 1989년 전쟁기념사업회의 한국전쟁참전수기공모에 제출되었던 것을 조각가 윤성진 씨가 제작한 조형물로 직경이 18m이고 높이는 17m로서 상부, 하부, 내부로 구성되어 있다.

상부의 청동상은 6.25전쟁 당시 한국군과 북한군의 형제가 원주 치악고개 전투에서 극적으로 만난 순간을 재연한 것이다. 총을 어깨에 메고 철모를 쓴 장교는 형으로서 한국군 제8사단 16연대의 박규철 소위이고, 그 형에게 얼싸안긴 인민군 복장의 병사는 북한군 8사단 제83연대의 박용철 하전사이다.

'형제의 상'은 적대의사가 없는 형이 어린 아우를 품어 안은 모습에서 화해와 사랑, 용서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부의 반구형 돔에는 전 국민 총화단결의 의미로 전국각지에서 수집한 화강석 조각을 고분의 이미지를 살려 쌓았는데 이는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리고 동서쪽으로 찢어진 돔이 위로 갈수록 아물어진 형태는 분단의 상처가 치유되어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돔 내부에 모자이크와 벽화는 참전국과 한국군과 국민들의 피와 땀, 슬픔과 환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쟁으로 헤어진 형제가 서로 죽고 죽이는 전장(戰場) '원주 치악고개 전투'에서 극적으로 만나는 모습의 '형제의 상'이 오늘날 자유를 만끽하며 누리고 있는 우리를 향해 말없이 전쟁의 비참함을 전하고 있어 숙연해진다.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