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원주동부 프로미 선수들이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원주동부 프로미가 연이은 악재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원주동부 프로미는 지난 15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20승 33패를 기록,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올 시즌 끝없이 이어진 악재는 어떻게 손써 볼 여지를 주지 않았다. 시즌 개막 전 원주동부는 지난시즌 MVP 윤호영과 재간둥이 가드 안재욱의 군 입대, 슈터 황진원의 이적으로 다소의 전력 차질은 예상됐지만, 빅맨 이승준의 영입과 이광재의 복귀로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큰 무리가 없는 전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달랐다. 이승준이 팀 전술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믿었던 이광재도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3라운드 들어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이번에는 주전들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김주성, 박지현 등 주축 선수들이 연이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연패의 늪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시즌 막바지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치명타를 안겼다. 강 감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원주동부나 원주시민들 모두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다. 강 감독이 자진사퇴하고 김영만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었지만 코치진도 선수들도 이미 집중력을 잃은 뒤였다.

단순히 데이터만을 놓고 보면 23승 31패 정규리그 순위 8위를 기록한 2006-2007 시즌과 큰 차이는 없지만 상황의 심각성면에서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특히 지난시즌 역대 최다승과 최고승률 기록을 세우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원주동부가 1년만에 이렇게까지 몰락한 것은 팬들에게 플레이오프 탈락 그 이상의 충격이다.

감독대행을 맡은 김영만 코치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았다"며 "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홈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19일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경기는 원주동부가 치악체육관에서 치른 마지막 홈경기로 기록됐다. 원주동부 프로미는 다음시즌부터 치악체육관 옆에 신축되는 원주종합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원주 동부에게나 시민들에게 치악체육관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장소다. 원주동부는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한 경기장에서만 홈 경기를 치른 유일한 구단이다.

나래 블루버드, TG엑서스, TG삼보, 동부프로미 등 구단과 팀 명칭은 변경됐지만, 통합우승 2회를 비롯해 정규리그 우승 4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등 17년간 15번의 시즌을 통해 장식한 화려한 기록은 모두 치악체육관에서 완성됐다.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작고 시설은 열악하지만 '농구수도'로 불릴 만큼 원주의 농구열기가 뜨거웠던 중심에 치악체육관이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안 팎으로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원주동부. 원주시민들은 다음시즌 새로운 체육관에서 새롭게 리빌딩 된 원주동부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