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주초교 정재민(11) 군이 제94회 전국동계체전 피겨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강원도 선수가 동계체전 피겨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정 군이 처음이다.

스키와 빙상종목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동계체전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강원도지만 피겨종목은 불모지와 다름 없었다. 지금까지는 2년 전 92회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 강원도 피겨가 동계체전에서 얻은 유일한 메달이다.

지난달 1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 빙상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정 군은 남초부 싱글D조 프리스케이팅에서 33.55점을 획득, 경쟁자들을 2점차 이상 여유있게 따돌리며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강원도 피겨역사상 첫 금메달이 탄생한 순간이다.

특히 정 군의 우승은 정식 훈련을 시작한 지 5개월만에 이룬 성과여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정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취미로 피겨를 시작한 정 군은 3학년 때 출전한 종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보였지만 정식 선수활동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마저도 일주일에 2~3회씩 서울과 원주를 오가는 일이 힘에 부쳐 한동안 중단했었다. 정 군의 재능을 안타깝게 여긴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구애로 다시 스케이트를 신은 것이 지난해 3월. 본격적인 선수활동을 결심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것은 9월부터다.

짧은 경력에도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등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성실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어머니 손은영 씨는 "피겨화를 신은지 5개월만에 플립, 럿츠 등 더블점프 5종을 모두 완벽하게 구사할 만큼,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면서 "운동시간에 앞서 스스로 몸을 풀고 준비하는 등 성실함을 주변에서 많이 평가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정 군의 담임을 맡은 서원주초교 구경진 교사는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학업성적이 뛰어나고 성격이 밝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면서 "쉬는 시간에도 늘 책을 읽는 등 섬세하면서도 성실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정 군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해 우리나라를 빛내는 세계적인 피겨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승권(46·원광바이오 대표) 씨와 손은영(44·굿디자인연구소 대표) 씨의 1남1녀 중 둘째.

한편 강원도는 이번대회에서 금메달 40개, 은메달 50개, 동메달 64개를 획득하며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종합순위 3위를 지켰다. 중앙초교 유상호 군은 스피드스케이팅 남초부 1천m에서 1분28초96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상지영서대 황혜숙 씨는 바이애슬론 여일반 스프린트 7.5㎞ 종목에서 25분06초5의 성적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