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주에서는 원주시 공무원들의 비리 얘기가 내내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해 간신히 끌어올린 원주시 청렴도가 또다시 곤두박질치게 생겼다는 한탄도 터져 나왔다.

원주경찰서가 비리 혐의로 적발한 원주시 공무원 6명 중 4명은 상하수도사업본부에 근무하면서 상하수도공사 건설업체 및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주모 씨(지방7급)는 원주시에서 노후계량기를 교체하고는 업체에서 교체한 것처럼 계약서류를 제출하게 하거나 허위 공사 계약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모두 2천6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또한 주 씨는 2001년 7월 업체 대표에게 3천만원을 빌려준 뒤 10년간 매월 60만원씩 이자를 받는 등 시중금리(3%)의 8배인 연이율 24%의 고리를 챙긴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줬다.

공무원 유모 씨(지방6급)는 물품납품 및 공사편의 제공 목적으로 2회에 걸쳐 80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공무원 박모 씨(지방7급)는 같은 과 직원 9명에게 각각 40만원짜리 점퍼를 사주고는 의류구입대금 400만원을 업체 대표가 내도록 한 뒤 그 대가로 업체 대표에게 안전시설물을 납품했다는 허위서류를 제출하도록 해 원주시 물품대금 575만원을 편취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공무원 이모 씨(지방7급)는 원주시 공무원 1천300여명의 개인정보를 4회에 걸쳐 업체 대표에게 제공했고, 간부공무원 김모 씨(지방5급)는 업체 대표로부터 휴가비 명목으로 30만원을 받는 등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뇌물을 제공한 L건설 대표 김모 씨와 W건설 대표 윤모 씨는 상하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공무원들과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시는 작년 1월 공무원 주 씨에 관한 비리혐의가 포착돼 자체 감사를 벌인 뒤 지난 5월 원주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원주경찰서에서 주 씨에 관해 조사하다 이같은 비리 연결고리가 적발된 것.

원주경찰서는 공사비 2천만원 미만 수의계약 시 업체선정의 불공정성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입찰방식과 상수도 긴급공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원주시는 뇌물수수 공무원 등 5명을 지난 21일 직위해제 시켰다. 원주시는 검찰 조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이들의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청탁등록센터 무용지물

원주시 공무원들은 "몇몇이 물을 흐렸다"며 사건을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지만 시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들은 운이 없었을 뿐 공직사회에 이같은 부패가 만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부정부패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원주시는 공무원이 내·외부로부터 청탁을 받을 경우 내부 전산망을 통해 신고하도록 청탁등록센터를 작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공정한 직무수행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무원은 청탁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되고, 부당한 청탁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탁 등록실적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시 공무원에게 청탁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제도는 전혀 기능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청렴도 평가에서 이 제도로 인해 원주시가 가점을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효과는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청탁 범위가 모호하고, 자칫 신고했다가 공무원 조직 및 지역사회에서 매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원주시가 작년 4월 제정한 '원주시 부패방지 및 부조리 신고 포상금 지급 조례'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 등을 신고하면 최고 2천만원의 포상금을 신고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한 조례이다.

원주시는 지난해 신고포상금 1천만원을 확보했으나 신고건수가 없어 포상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특히 이 조례를 대다수 시민은 알지못해 원주시가 명분만 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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