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행위 허가기준을 대폭 완화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의 재의여부를 놓고 고심해 온 원창묵 시장이 결국 재의를 결정했다. 원 시장은 지난 21일 원주시의회에 지난달 31일 의결한 '원주시 도시계획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재심의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원 시장은 "도시지역의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기존 경사도 17도 미만에서 22도 미만으로 대폭 완화한 개정 조례안으로 인해 무분별한 난개발과 자연재해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민·환경단체의 민원과 언론의 보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사회적 갈등 및 분쟁만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특히 조례 개정이 지역 전체의 공익을 해칠 수 있고, 자연녹지지역의 지정 취지에 부합되게 공익적 측면에서 부득이 재검토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주시가 재심의를 요청함에 따라 원주시의회는 임시회를 소집하거나 정기회에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재의결해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시장이 재의를 요구했을 경우, 시의회는 폐회나 휴회기간을 제외하고 회기기간 중 10일 이내에 재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재의요구된 의안은 수정의결 할 수 없고 재의요구 대상 안건 자체에 대한 '가', '부'만을 결정할 수 있다. 이 때는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의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원안 의결되며, 찬성이 2/3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동 부결된다. 시의회가 재의결하지 않고 회기 10일을 넘길 경우 의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시의회가 최대 10일까지 의결을 미룰 수 있고 10일을 넘겨 자동폐기 될 수도 있지만 현재 시의회 안팎의 분위기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채병두 의장은 시장의 재의요구가 있은 지난 21일 "길게 끌 필요가 있겠느냐"고 밝혀 당장 3월로 예정된 임시회에서 재의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례개정으로 혜택을 받는 시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환경·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서는 "시의회 윤리강령과 실천규범에 행위기준과 이행 절차 등이 명확치 않아 검토할 것을 지시했는데 아직 사무국에서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검토가 마무리되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 시장의 재의요구가 알려지자 그 동안 개정조례에 대한 반대 입장과 시장의 재의를 요구해 온 지역 환경·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논평을 발표하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원주환경운동연합과 원주녹색연합, 원주시민연대, 원주여성민우회 등 10개 환경·시민단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원주시의 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언급한 뒤 "도시계획조례 개정조례가 다시 원주시의회로 회부된 만큼 원주시의회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재의 표결은 당연히 기명투표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와함께 도시계획조례 개정조례 심의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시의회 윤리실천규범을 어긴 문제에 대해서도 시의회가 엄격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개발행위 허가기준 완화를 둘러싼 이번 문제가 향후 원주지역의 지속가능한 도시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판단한다"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관리를 위한 다양한 의견수렴과 정책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