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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만들기
2013년 02월 18일 (월) 최현숙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누가 나에게로 와서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한 두 번 읽어본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마음에 다가온다.

I. 명절이면 상당량의 선물을 택배로 받는다. 대학에서 30년 가까이 가르쳐 왔으니, 고맙게도 명절에 귀한 선물들이 상당량 배송되고 있고, 보내는 그 마음이 고맙기 그지 없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명절은 선생으로서 보람과 겸손함을 같이 느끼게 되는 계절인 것이다. 자기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선생을 잊지 않고 표현해주는 이런 따뜻한 마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고맙다, 행운을 빈다, 행복해라'는 짧은 답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 뿐이다.

선물을 받고 나서 전화를 걸어 잘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참 쑥스럽기 때문이다. 마음으로는 전화를 걸어 목소리도 듣고,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사정도 묻고, 나 사는 이야기도 들려 주고 싶지만, 매번 메시지 하나로 때우는 것이다.

한 만학도 졸업생도 역시 이번에 선물을 보내왔다. 이제 그만 해도 좋으련만, 잊지 않고 좋은 선물을 보내주니, 때로 민망하기까지 하다. 이번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나는 행운을 기원하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하루쯤 후에 날아온 답 메시지-"교수님! 덕분에 존재가치를 느끼며 삽니다. 좋은 명절 되십시오. 꾸벅" 이라고 씌여 있었다.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선생으로서만이 아니라, 누구나 이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건 행운인 거다.

내가 그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 그는 나를 통해 존재가치를 느끼게 되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갑자기 김춘수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학생들에게 내가 해준 일이 무엇인가? 나는 그들에게서 그들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해 주었던가. 그들이 어려울 때 격려해 주었던가.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도록 뒷받침해 주었는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는가…. 끊임없는 반성의 생각들이 이어졌다. 나 또한 새삼스럽게 더욱 학생들을 대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II. 지난 주에는 가족에 대한 집중력이 강한 시어머니와 매년 2월에 친정엄마를 보러 귀국하는 시누이와 사흘을 함께 지냈다. 연일 끊이지 않는 어머니의 칭찬과 격려에 귀가 간지러웠다가 동조했다가 하면서, 급기야는 "어머니,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런 말씀 하지 마세요." 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 말이 서운하셨는지 "나도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 누울 자리 보고 말할 줄 안다 얘!" 하신다. 헉, 힘센 아들과 대찬 딸이 옆에 있으니 저절로 힘이 나시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평생 누구에게나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씀을 하신다. 칭찬은 듣는 이의 자존감을 높여 준다. 자꾸자꾸 너 잘났다고 멋지다고 말해주면 나는 진짜 그런 사람이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맞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끊임없이 축수를 하는데, 그런 대접을 받는 사람이 어찌 자신의 몸가짐을 허투루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머니는 자손들에게 끊임없이 꽃이 되라 하신다. 화려하지도 크지도 말라 하신다. 다만 소박하게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자기 향기를 내며 살라고 늘 당부하신다.

갑자기 최근에 본 영화가 떠올랐다.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나는 사회면 뉴스를 보며 자주 재소자들을 생각하는 편이다. 재소자들에게도 어머니가 있겠지. 부모님이 그들의 이름을 얼마나 불러 주었을까? 그들에게 꽃이 되라 하셨을까? 우리들은 단 한 사람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그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었을까? 가슴 아프게 우려를 하곤 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서로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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