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원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원주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환경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인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안의 골자는 도시지역 중 자연녹지지역의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종전에는 경사도 17도 미만까지만 개발행위를 허가했으나 조례안이 통과됨에 따라 경사도 22도 미만까지 개발행위가 가능해졌다. 조인식 의원은 개정을 추진한 이유로 도시개발이 가속화되고 있고, 사유재산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도내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조례개정은 문제가 많다.

첫째, 시의회는 작년 2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경사도 17도 이상 토지를 개발하려 할 때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도록 돼 있던 사항을 심의를 거치도록 개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행위다.

투표로 결정한 일이라도 해도 시의회의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 둘째, 관내 25개 측량설계업체는 작년 8월 원주시와의 간담회에서 경사도를 20도 미만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원주시에서 수용하지 않은 건 다수가 아닌 소수의 민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시의회는 오히려 경사도 22도 미만으로 더 완화시켰다. 시의회 심의를 방청한 측량설계업체 관계자들도 경사도 17∼22도 사이에서 절충될 것으로 예상했을 만큼 원안 통과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셋째, 시의회는 그동안 본안 심사에 앞서 간담회, 토론회 등을 열어 논의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미래 도시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를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한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넷째, 이번 개정조례안 통과로 이득을 얻게되는 사람은 경사도 17∼22도 미만의 땅 소유자 등 소수이다. 반면에 현재 그리고 앞으로 원주에서 살아갈 많은 사람들은 두고두고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개발행위를 22도 미만까지 허가할 경우 도시경관이 훼손되고 난개발을 부추겨 자연재해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녹지 감소로 온난화도 가속화 시킬 것이다. 개정조례안 발의 이유로 제시한 사유재산 침해도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그런 논리라면 절대농지도 모두 개발행위가 가능하게 풀어줘야 한다. 경사도가 17~22도 미만인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시의원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번에 개정된 조례는 재검토 돼야 한다. 일단 원주시가 개정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이후 시의회는 환경단체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최해 보다 심도있게 검토한 후 재의결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조례개정처럼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는 국회처럼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투표결과 공개를 제도화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