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내편, 네 편으로 가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배웠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원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통과를 막기 위해 함께한 시의원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조례안은 '도시지역의 자연녹지지역 규제를 풀 것인가? 아닌가?'가 핵심이다. 시의원들은 도시지역의 자연녹지지역을 풀 것을 결정한 것이다. 이미 17도 미만은 개발할 수 있고 22도까지 무조건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조례안을 제출한 시의원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막고 개발압력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몇 명이나 해당되는지 조사도 하지 않고 시민들에 대한 공청회 절차 없이 전격적으로 의안을 상정해서 통과시킨 것이다.

이로써 누가 민원을 제기했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이로 인하여 이익을 보는 사람이 생겼다. 이 법안을 통과시킨 원주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소속 5명이 그들이다.

시의회의 윤리강령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오비이락'이라고 화가 미칠 줄 모르고 그러한 결정에 함께했다면 우리가 TV에서 보는 유명 정치인과 무엇이 다를까. 측량협회 관계자가 "우리는 20도 내외에서 결정될 줄 알았습니다. 상임위에서 수정될 거라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개발행위를 대리하고 있는 그들도 이번 결정은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다. 이건 상식이다. 경사가 급한 지역을 개발하면 산사태 등을 염려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만 한다. 경기도 화성시의 주택단지는 경사 15도에 축대가 무너졌고 우면산의 산사태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경사도 17도 내에서 관리되던 시내의 녹지가 22도까지로 풀렸으니 "어! 저기에 집이 지어졌네"는 말이 쉼없이 터져 나올 것이다. 환경단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말로 부끄럽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개인사가 아니다.

완화된 지역에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는 몰라도 산사태, 경관, 환경적인 피해를 감당하는 것은 개발의 주체가 아니라 전체 원주시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도를 바꿀 때는 면밀한 검토와 구체적인 증거를 담아내야 하는 것인데 조례를 개정한 시의원은 이제부터 그 피해를 감당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우리가 뽑아놓은 시의원인 것을. 개발과 보존의 문제는 정치공간속에서 구분된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전의 도시생태지도(비오톱지도)도 그렇고 이번의 경사도기준 완화도 우리 사회의 소수 개인의 이익과 대다수 시민이 포함된 공익과의 갈등에서 여전히 소수 개인의 편에 원주시의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싫다면 원주시의회가 해당 필지가 몇 건이고 몇 명이 토지소유자인지 밝히면 소명될 일이다.

조례안을 심의하는 내내 원주시가 경사도 규제가 가장 엄격하고 원주와 비슷한 춘천시의 경우는 경사도가 25도까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맞다. 하지만 그것은 경사도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춘천시는 임목축적의 산정방식, 임목본수도, 투영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산지를 관리하고 있어 원주보다 더욱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경사도만을 가지고 끝까지 되뇌이던 그들을 보며 시의원의 전문성 함양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원주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에 이제 할 수 있는 방안은 하나밖에 없다. 원주시장이 재의를 받아들여 원주시의회가 재의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왕에 편을 나누었으니 원주시장과 시의원이 대다수 시민을 사랑하는 공익의 편에 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