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관서 빵 굽고 청소 등 잡일까지 "동료들도 몰라"

점심시간만 되면 사라지는 남자가 있다.

현대자동차 원주치악판매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김금수(41) 주임의 동료들은 점심시간마다 사라지는 그의 행적이 늘 궁금했다. 점심시간 때 사라진 게 벌써 5년째다. 동료들이 물으면 "집에 일이 있어서…"라고 얼버무렸다.

오후1시에 귀사한 김 주임은 옷에는 밀가루가 묻어있거나 빵 냄새를 풍겼다. 동료들은 김 주임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점심시간에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지난 2008년부터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교육봉사를 하고 있는 지인의 모습에 반해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

힘쓰는 일은 마다하지 않는다. 장애인 자활프로그램 봉사자로 나선 김 주임은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빵 굽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됐다. 장애인들이 빵을 빚으면 김 주임은 빵을 굽는 한편 청소 등 잡일을 도맡아 했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윈도우를 재설치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일도 김 주임 몫이었다.

처음 봉사를 할 때는 점심시간을 이용했지만 영업직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점심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기에 틈나는 대로 복지관을 찾았다. 오래 전 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기에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키울 수 있었다.

김 주임은 "영업은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해 하는 서비스이지만 봉사는 노동의 대가가 필요치 않은 순결한 서비스이다"고 말했다.
　
김 주임의 봉사 정신은 영업마인드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됐다. 고객이 자동차를 받으면 같이 기뻐해 주고, 사후관리 및 끈끈한 정을 통해 친분을 쌓는다.

무실동 자율방범대와 로타리클럽 활동 등 다양한 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대학교 평생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자원봉사론, 사회복지론, 청소년심리 등을 전공하며 폭 넓은 지식을 쌓고 있다.
　
김 주임은 "영업은 자기와의 싸움인데 봉사활동도 스스로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점심시간에만 사라지는 이유를 회사 동료들은 아직 모르는데 기사가 보도되면 동료들이 알게 돼 매우 난처하게 됐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 주임은 아직 미혼이다.
　
박성준 기자   poe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