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통령 선거 텔레비전토론을 하던 중에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느냐?' 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 이제는 대통령 후보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아야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해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호의적인 사회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2012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580원이었고, 2013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860원이다. 이걸 아는 데서 그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겉치레에 불과한 처사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편법을 써서라도 임금을 낮추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원주시민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고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과 미화원은 최저임금을 받고 근무한다.

OECD국가들이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의 50%인데 비해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훨씬 못 미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고 있다. 이 덕분에 자동적으로 경비원과 미화원의 임금이 인상되는데, 실제로 임금이 오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왜 그런가? 주민들이 자신들의 관리비가 오른다고 편법을 동원해서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축소함으로써 임금인상을 억제하기도 한다. 또 경비원의 경우 식사시간을 늘리거나, 휴게시간을 늘림으로써 임금산정 기초가 되는 근무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은 말뿐이지 제대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점심 먹다 주민이 택배를 가지러 오면 찾아줘야 하고, 휴식시간에 도둑이 들면 쫒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힘들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일수록 임금은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과 미화원의 경우 최저임금에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을 하지만, 대부분이 고령자들이라서 근로조건에 불만이 있어도 하소연할 데도 없이 그저 일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일수록 업무추진비니 견학을 빙자한 해외여행이니 해서 공금을 사적인 용도로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상후하박의 야박하고 창피한 모습이다.

실제로 아파트에서 최저임금을 올려주기 위해서 각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동대표회의 임원들은 신자유주의의 무자비한 경쟁분위기와 구조조정, 외주용역화 등의 유행을 따라서 깊은 생각 없이 저임금노동자들에게 가혹한 결정을 할 때가 많다.

그 결과로 더욱 각박한 사회가 되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열악하게 만들어서 입주민 서비스의 부실화를 스스로 초래하는 결과로 나타내는 데도 말이다. 올해는 경제상황이 더욱 어려울 거라고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