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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도시 넘어 문화·창조 도시로
2012년 12월 18일 (화) 최재석 한라대학교 교수 wonjutoday@hanmail.net
   

어떤 도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먼저 그 도시가 갖는 대표적인 상징을 떠올리게 된다. 그 상징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일 수도 있고 역사적 의미를 지닌 유적지나 건축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오랫동안 구전(口傳)되어온 이야기나 천혜의 자연환경이 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진 도시로 창조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십중팔구 비엔나하면 음악가, 바로셀로나하면 가우디, 요코하마하면 아카렌가소꼬(적벽돌창고), 그리고 시드니하면 오페라하우스 등을 떠올린다. 이들 도시는 오랜 내적 축적과 외적 평가로 자연스럽게 세계화된 도시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은 과연 무엇일까?

원주시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도시'라는 용어를 많이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건강도시'라든가 '첨단의료 건강도시 원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고속도로 입간판이나 포스터, 각종 싸인 보드나 공문서 등에서 사용되어 왔다.

그뿐 아니라 안전도시, 지적재산도시, Clean & Green City, Healthy City,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등도 볼 수 있다. 혁신과 기업이라는 명칭과 더불어 건강, 안전, 지적재산, Healthy, Clean & Green 등과 같이 슬로건이나 명칭이 많다는 것은 좋은 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우리 도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게 한다. 한 도시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나 명칭은 심플하고 명료할수록 좋다. 그래야 상징성도 커질 것이다. 한 도시를 상징하는 명칭들 간에 공유 가능한 공통분모와 하나를 떠올리면 다른 의미도 연상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으면 한다.

원주시민은 이렇게 많은 도시 명칭으로부터 원주가 지향하는 진짜 도시의 브랜드를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원주시민이 원주의 아이덴티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외부 사람들이 원주를 인식해 주기를 바라고 찾아주기를 바라기는 더욱 어렵다. 원주의 상징, 원주만의 브랜드를 찾아 키우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이다.

원주만의 도시브랜드는 '문화'이고 '창조'라는 생각이 든다. 정책위주의 도시브랜드보다는 시민의 힘이 솟아나는 시민중심의 슬로건과 브랜드가 자생하였으면 한다. 이것이 원주의 문화이자 창조의 대상이다.

그래서 문화도시나 창조도시라는 명칭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도록 이를 키워나가자. 논어에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우리식으로 풀어 보면, '원주안(內)에 있는 사람들이 즐기고 분위기를 만들어 원주밖(外)에서도 찾아와 동참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바로 문화·창조도시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원주시민들이 스스로 어울려 만들어내는 도시문화를 형성하고, 원주문화를 누리거나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창조도시로 가는 길인 셈이다. 이와 같은 문화·창조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 해외사례에서 보았듯이 보통 10년에서 20년 이상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창조도시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원주가 문화·창조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분야에서 원주의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가치 발굴의 부재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요소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오랫동안 지켜왔던 가치마저 잃는다면 원주라는 도시의 품격을 '건강도시'만으로 키워갈 수 있을까 자문해 본다.

문화·창조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행정위주의 접근이 아닌 농민, 도시민, 문화전문가, 예술가, 지역의 관련단체 등이 가치발굴에 팀워크를 발휘하고, 이를 상호 존중하여 자생적으로 만들어가는 환경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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