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나를 끝없이 꿈꾸게 한다. 어린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그 놀라운 예술품에 흥분해 온 세상 사람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꿈을 꾸며 그림책교실을 열고 폐차버스를 개조한 그림책 전문 꼬마 도서관을 열었다.

대대세세 읽히고 읽힐 멋진 그림책이 태어나는 꿈을 꾸고는 그림책워크숍을 열었고, 세상 모든 학부모와 교사와 아이들이 그림책에 눈뜨길 꿈꾸며 먼 길 가까운 길 가리지 않고 달려가 마이크를 들곤 한다.

이제 또다시 꿈꾼다. 그림책 도시… 거기에는 세상 모든 그림책을 볼 수 있는 그림책도서관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1층 복도에 옮겨 들인 패랭이꽃그림책버스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작가와 함께 밤새워 그림책 읽고 놀기'가 진행되고, 도서실 층층이 마련된 자료실에는 그림책 연구자들과 독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대로 세상 모든 그림책이 작가별, 국가별, 장르별, 주제별로 다양하게 분류되어 꽂혀 있다.

도서관 곳곳의 '함께 읽는 그림책 방'들에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림책 전문 자원활동가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빠져있고, 여기저기 숨겨진 '혼자 읽는 그림책 방'들, '그림책 모임방'도 만원이다.

그림책 도서관을 둘러싸고 그림책 원화와 관련 자료를 보존 관리하고 전시하는 그림책박물관이 있고, 그림책극장과 그림책인형극장과 그림책영상관이 있고, 그림책서점과 그림책아트샵이 있다.

그림책작가와 화가들이 자신의 창작 작업을 하면서 지역 어린이와 시민을 위해 예술교육과 창작워크숍을 하는 미술 공방에는 온갖 기자재가 갖춰져 있고, 컴퓨터그래픽디자인실과 작업 결과물을 출판 제작할 수 있는 출력·인쇄·제본 공방도 늘어서 있다.

그 옆 건물 그림책 창의교육 연구소에서는 그림책을 통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지원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그 옆 그림책 전문 인력 교육관에서는 전국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모여든 예비 그림책 전문 사서와 자원활동가들이 교육중이다.

그림책도시에는 그림책 전문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을 위한 그림책학교가 있다. 그림책 작가들이 머물고 거주하는 그림책작가마을이 있으며, 관광객들과 휴양객들을 위한 그림책호텔이 있다. 그림책 컨셉으로 빵과 과자와 케이크를 굽는 그림책빵집이 있고, 그림책에 나오는 요리를 내어놓는 그림책음식점이 있다. 그림책에 나오는 사계절 놀이와 명작 그림책의 시공간을 체험하는 그림책놀이공원이 있다.

그림책도시에는 예비엄마들이 머물면서 그림책을 감상하고 다양한 그림책워크숍으로 태교에 집중할 수 있는 태교그림책마을이 있고, 그림책으로 노년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쉬며 봉사할 수 있는 그림책휴양마을이 있다.

그림책도시에서는 이 모든 시설을 효율적으로 가동하여 관광객과 단체교육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 그림책나라 코스를 운영하고, 격년으로 세계 그림책 비엔날레와 그림책 축제를 펼친다.

이런 꿈을 꺼내어 놓으면 웃음을 터트리거나 쌍수를 들어 말릴 줄 알았다. 주위의 꿈쟁이들이며 시인 작가들이야 박수를 치고 신나할 줄 알았지만, 틈틈이 그림책을 선물하고 읽어줬던 기업가, 의사, 검사, 교수, 정치가, 프로듀서, 기자들도 동참하겠다며 흥분한다.

그림책 콘텐츠로 전시·공연·판매를 하고 문화인력 고용창출이 되니 수익성이 충분하다, 지역사회 발전이며 국가 발전에 효율성 높은 문화 동력이 되겠다,

국가적 지적 자산과 문화력을 생산하는 일이다, 사회적 불균형과 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보인다, 세대간 불화를 치유하고 다문화사회의 소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다면서.

패랭이꽃그림책버스를 만들 때, 마음이 부추기는 대로 뛸 수 있었던 체력은 이제 없다. 그러나 그림책은 여전히 온갖 멋진 것을 담고 있는 보물창고이고, 그 보물의 가치를 알고 누리면서 나누어온 패랭이꽃그림책버스 안팎의 열정가들이 시시때때 모여 그림책도시의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