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이용시설의 흡연구역을 없애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면적 150㎡ 이상 음식점, 호프집 등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2014년 1월부터는 면적 100㎡ 이상 음식점 등으로 확대되고,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일반·휴게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흡연자들의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공공기관 청사도 포함돼 있다. 청사 건물 뿐만 아니라 울타리까지 금연구역이다. 이들 시설에서는 별도 흡연실이 설치된 경우에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흡연실은 건물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 거리를 두고 옥외에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건물 내부 흡연실은 유리벽 등으로 완전히 연기를 차단하고,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금연구역 내 흡연을 단속해야 하는 원주시조차 이같은 개정안을 무시하고 있다. 원주시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안 내용을 적극 홍보했으나 정작 스스로는 개정안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 본청의 경우 후문 주차장과 건물 옥상에 흡연실이 설치돼 있다.

흡연실을 이용하는 공무원이 대다수지만 일부는 3층 옥상 출입문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 이격시켜 흡연구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및 원주시농업기술센터 등 사업소에서도 개정안이 무시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원주지방환경청 등 정부기관 역시 개정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원주시는 개정안에 따라 단속을 실시해야 하는 기관이다. 음식점, 호프집 단속은 커녕 제 집부터 단속해야 할 판이다.

더욱 가관인 곳은 원주시의회이다. 흡연을 하는 시의원들은 의원실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작년 말 원주시는 공문을 보내 사무실 내 흡연을 금지하도록 시의회에 요청했으나 들은 척, 만 척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이런 광경을 목격했을 때 시의회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사 등을 통해 원주시를 견제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시의회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발'이 제대로 먹힐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개정안에 대한 적응을 위해 내년 6월 30일까지 홍보·계도기간을 뒀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구나 원주시는 전국 최고의 건강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원주시 금연구역 지정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제정한 이유도 다양한 금연사업을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아울러 원주시는 흡연실 및 흡연구역을 서둘러 설치하길 바란다. 흡연자가 줄고있긴 하지만 흡연권도 보장받을 권리이기 때문이다. 마치 '죄인'처럼 숨어서 담배를 피우도록 방치하지 말고 흡연실을 설치해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