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외국인 150만 시대,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인 주민의 수와는 상관없이 제자리걸음을 넘어서 퇴보하고 있는 그들의 인권 상황은 시민사회의 무관심에 힘입어 말을 꺼내기도 부끄러운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주노동자도, 결혼이주여성도 한국사회의 절대적인 필요에 의해 우리가 먼저 요구하고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안이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되었고 그 심각성에 있어서는 차라리 지금 같은 모습의 거주외국인 도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반성을 낳게 한다. 다양한 거주외국인 관련한 문제의 근저에는 인권침해라는 난관이 자리 잡고 있고 이 같은 문제는 거주외국인들을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환상과 같은 단일민족신화가 여전히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고, 돈 벌러 온 사람들이 그만한 제약과 차별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뜬금없는 논리는 인권을 논하기에는 천박한 수준의 의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출신 국가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동일한 인격을 소유한 그래서 동일하게 취급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너무나 상식적인 주장이 마치 특권을 부여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인권을 말하고 인간다운 삶을 강조하는 것은 남과 다른 특권을 허락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저 마땅히 내가 누리는 권리를 다른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나누자는 것이다. 인권 침해를 경험하는 오늘의 "누구"는 우리가 무관심하며 방기하고 공동체로서의 책임을 회피할 때에 내일의 "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거주외국인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자고 하는 것은 우리의 인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한 사회의 인권의 척도는 소수자 인권이 즉,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자들의 인권이 얼마나 보호되고 높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은 인권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거주외국인들의 인권이 얼마나 신장되고 보호되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 결국 거주외국인 인권은 우리 사회의 인권 시금석이며 의식 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