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화운용문원형벽걸이.

일사 김봉룡 선생의 칠에 대한 열정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원주역사박물관(관장: 박종수)이 오는 20일부터 내달 16일까지 '일사 김봉룡 특별전'을 개최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고 김봉룡(1902∼1994년) 선생은 한국 전통 나전칠기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원주 옻칠공예의 중흥을 부른 인물이다. 원주는 세계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질좋은 옻이 생산돼 '옻칠의 고장'이라 불리지만 선생이 오기 전까지 옻칠공예나 나전칠기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1968년 지역 유지들이 설립한 원주칠공예주식회사의 공예부장으로 원주와 인연을 맺은 선생은 이형만, 양유전 선생 등 원주 옻칠을 대표하는 장인들을 길러내며 원주에서 전통 칠기를 새롭게 꽃 피웠다.

특히 전승이 단절된 고대의 칠화(漆畵) 기능을 되살리고 이전까지 가구와 생활용품 중심이었던 나전칠기를 감상을 위한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원주가 경쟁력을 갖고 칠 공예도시로 발전 할 수 있었던 것도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1974년 미국 포드대통령 방한 당시 선물용으로 제작한 '나전공작무늬서류함'을 비롯해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나전장일순글씨벽걸이', 1천년동안 그 맥이 끊겨있던 낙랑칠기를 재현한 '칠화운용문원형벽걸이' 등 유작 17점이 공개된다.

대부분 작품활동이 왕성했던 1970년대 원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도안의 화려함과 뛰어난 공간구성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는 최근 유족들이 기증한 도안 1천77점 가운데 추린 10여점과 작업대, 톱, 벼루, 붓 등 유품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어서 칠공예에 쏟은 선생의 열정과 삶을 함께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전시회를 준비한 원주역사박물관 관계자는 "한 평생 전통 공예를 지키고 오늘에 계승시킨 시대의 장인을 통해 예술적인 아름다움과 숭고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과거 백년을 돌아보고 미래 천년을 준비하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개막식은 20일 오후2시. ▷문의: 737-4373(원주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