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여성불편도 조사에 따른 토론회.

지난 6일 원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여성불편도조사에 따른 토론회가 열렸다. 원주여성민우회(대표: 정유선)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김명숙 원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과 지은희 원주시여성단체협의회장, 오원집 원주투데이신문사 대표, 김명자 원주시 여성가족과장, 강이수 상지대학교문화콘텐츠학과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유선 대표가 여성불편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여성 교통문제와 일자리 문제, 안전 문제 등이 거론됐고 정책적 해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토론회를 지켜 본 시민들도 여성문제에 대한 세부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친화도시로 보다 다가설 수 있는 의미있는 걸음이 된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남·녀를 떠나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원주 여성들은 원주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원주여성민우회가 원주거주 여성 503명을 대상으로 여성 불편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일자리, 교육, 육아, 안전 등 생활 전반에 걸쳐 50여개 항목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원주시 여성정책 수립에 의미있는 자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 결과 눈길을 끈 것은 '원주에서 생활하면서 여성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첫 질문에 서는 '편하지 않다' 또는 '매우 편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13.5%에 불과했지만 세부적인 질문에서는 거의 모든 문항에서 50% 이상 부정적으로 답했다는 점이다. 불편을 느끼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성향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문항별로 보면 '여성으로서 혼자 다니기 무섭고, 어두운 골목이 많다'는 항목에 대해 63%가 그렇다고 답했고 '성폭력 발생 위험이 많다'는 답변도 48.1%에 달하는 등 치안과 안전에 대한 불안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유선 원주여성민우회 대표는 "구도심이나 골목길로 갈수록 가로등이나 방범등 체계가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경찰력이 부족해 순찰 및 출동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이유로 꼽았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 대표는 가로등, 방범등을 늘리고, 경찰력 보강 및 CCTV와 같은 안전망을 확충해 여성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현재 실정은 한국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셈"이라며 "성범죄 등 여성 문제는 여성만 준비해서 예방되는 범죄가 아닌 만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여성 안전에 대한 인식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자리에 대한 항목에서는 '최저임금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49.5%로 50%를 넘지 않았고, '여성 일자리가 없다' 66.2% '취업이나 창업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64.4% 등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한 '직업능력개발교육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답변이 55.6%로 나타나 실효성 있는 교육을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한국의 현 실정이 우수 여성인력을 사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취업 후 30대 육아를 위해 가사에 전념했다가 40대에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는 케이스가 극히 드물다는 것. 40대 재취업은 대부분 보호사나 조리사 등 서비스직에 그치는 것도 문데라고 지적했다.

취업교육에 대해서는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프로그램을 형식적이 아닌 현실적인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 고용의무처럼 여성 고용의무화 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못하는 것에 대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정 대표는 여성 직장 생활을 위해 일과 가정 양립에 남성들이 도움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시간제 근무 문화 정착을 꼽았다. 양육이나 가사를 위해 직장에서 일부 시간을 제하고 그만큼 월급을 제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 정 대표는 이를 통해 실업문제와 여성취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 밖에 '인도 바닥이 걷기 불편하다'는 응답이 79.4%였고, '자전거도로 조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74.4%,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답변이 74.2%였다.

김명자 원주시 여성가족과장은 "여성에 대한 첫 불편도조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편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작년 12월 여성친화도시에 관한 조례를 공표했고 현재는 여성 불편 해소를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다.

정 대표는 "설문 중 70% 이상의 여성들이 이 설문을 작성하면 원주시가 달라지냐고 물었다"며 "원주여성민우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토론자들은 원주시가 주기적으로 여성 불편도 조사를 실시해 정책수립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